지난 상반기중 IMF파고에 이리저리 떠밀렸던 국내기업들은 역시 사상최악의
적자를 냈다.

16일 상장회사협의회는 6백7개 12월말결산 상장회사들가운데 결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결산기를 변경한 회사를 제외한 5백49개사가 올 상반기중
모두 13조7천1백6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조3천2백1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 실적보다 16조원
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며 6조6천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던 지난해 연간실적
보다도 2배이상 악화된 것이다.

IMF 충격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이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내수경기 부진과 외환손실및 금융비용증가라는 악재들이 겹친 점이 실적을
대폭 끌어내린 주요인이 됐다.

다만 매출액은 2백59조7천3백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늘어
외형상 양호한 신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업호전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분석된다.

IMF이후 고환율상태가 지속되자 수출이 달러 베이스로는 줄었음에도 원화
기준으로는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데다 원자재 수입가 상승분을 판매가
로 이전한 점이 매출증가의 주 요인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들은 1천원어치를 팔아 62원을 손해보는 출혈 장사를 했다.

업종별로는 기아자동차의 거액 적자가 포함된 운수장비업을 비롯 섬유,
기계및 장비제조업 등의 영업실적악화가 두드러졌다.

비제조업중에서는 건설업에서 적자 회사가 속출했다.

은행업은 IMF충격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부실채권과 유가증권
평가손으로 상장사 전체 거액적자의 장본인 역할을 했다.

이에따라 12월말 결산사중 3분의 1 정도인 1백50여사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 적자결산 회사수가 2백14개사에 달했다.

부동산 처분같은 특별요인으로 적자를 면한 회사들을 감안할 경우 실질적
으로 한국 상장사의 절반이상이 적자경영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조선업이 흑자를 기록하는 등 수출비중이 큰 회사들은 고환율 덕택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올려 대조를 이뤘다.

기업분석가들은 환율요인과 금융비용부담이 쉽게 풀어질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자의 늪에서 기업들이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하상주 리서치센터부장은 "환율및 금리동향을 볼때 하반기에도
적자 경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년 전체로는 상장사 적자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양홍모기자 y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