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엔화의 영향권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국내주가도 오르지만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국내주가도
금새 시들고 만다.

이런 현상은 6월초부터 벌써 한달 반이나 지속되고 있다.

금리하락이나 경기부양 같은 국내 변수는 주가에 먹혀들 공간마저 사라졌다.

국내증시가 전적으로 좌우되는 이같은 엔화장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엔화와 국내 주가 =지난 6월15일 엔화가치가 1백46엔까지 폭락하자 주가
300선이 붕괴되면서 288까지 떨어졌다.

다음날 주가는 280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미.일정부의 외환시장공동개입으로 6월19일 엔화가치가 1백36엔으로
급등하자 종합주가지수도 313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됐다.

<>배경 =엔화가치에 국내주가가 춤을 준 것은 아시아금융 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화가치가 급락하면 국내 주가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각국의 통화와 주가도
동반하락했다.

여기에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높아져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지로 위기감이 확산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발빠른 헤지펀드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각국의 주가하락을
부추겼다.

한곳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전지역에 골고루 투자하는 아시아
리저널펀드가 투자자들의 환매요구로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동시에 타격을
줬다.

6월 한달동안 국내에서만 외국인들은 3천3백86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엔화 장세 언제까지 =향후 엔화 움직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메릴린치투자은행의 윌리암 벨쉐어 아시아.태평양 채권담당부사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엔화가치가 올연말께는 1백5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도 1백58엔을 전망했다.

반면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은 1백36엔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금융개혁속도 경기부양책 등이 엔화가치안정의 관건이라는 것.

신영증권의 지기호 조사역은 "엔화가 전저점인 1백46엔이하로 폭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그는 "자민당이 이번 참의원선거에서 참패, 환율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
이라며 "하지만 21일께 하시모토 총리이후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차기총리가
선출되면 오히려 신속히 개혁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전망이야 어떻든 엔화가 요즘처럼 1백45엔대 아래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확인된다면 국내증시에 대한 영향력도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