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역외펀드수사가 금융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 물밑수사를 벌여 왔다.

외환위기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역외펀드에 대한 내사를 은밀하게 해온 것도 파장을 고려했기 때문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증감원이 고발한 A투신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중 하나인 역외펀드를 수사하지 않고는 환란의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는게 검찰의 시각이다.

강경식 전 부총리경제팀에 대한 환란수사가 뜬구름잡기식 수사라면 이번
역외펀드수사는 금융기관의 외화유출과정을 밝혀낼 수 있는 계기다.

검찰이 잡고 있는 수사방향과 초점은 크게 두가지.

우선 금융기관들의 역외펀드 설립과정과 운용에 불법은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말 현재 증권 투신사 등 국내기관투자가 51개사가 설립한 역외펀드는
모두 1백66개.

투자금액만 52억2천8백만달러며 손실규모는 무려 13억6천4백만달러다.

역외펀드를 설립한 모든 금융기관이 외국환관리규정 제12-20조에 따라
허가를 받지 않은데 주목하고 있다.

이 조항은 금융기관의 해외직접투자때 구 재경원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사를 비롯 국내 금융기관 대부분이 해외투자관행을 들어 이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역외펀드운용은 처음부터
외국환관리법위반 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고백할 정도다.

실제로 한남투신은 "JP모건-SK증권" 사건과 관련, 보람은행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소송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검찰은 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금융기관들의 이같은 불법행위를 감독기관인 구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사전에 인지했는 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감독기관들은 당시 해외투자자유화 정책과 국제금융투자 관행상 흔히
있는 투자기법중 하나여서 문제삼지 않았다.

다시말해 직무유기나 묵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명목상 회사에 불과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외화를 투자하는 것이 외국환관리법에 저촉되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역외펀드는 외환위기의 실체로 그 폐해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A증권사는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위해 역외펀드를 중도에 해체했다.

B증권사는 자본금 규모를 훨씬 넘는 손실을 입어 회사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D증권 모이사는 "역외펀드 문제로 국내외 기관투자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법정분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금융계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빨리 역외펀드에
대한 수사를 마칠 예정이다.

< 김문권.이심기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