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자금조달은 매우 저조했다.

기업공개와 유상증자가 급감했고 발행가격도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공모 또는 발행가격보다 떨어지는 주가폭락으로 곤욕을
치뤘고 기업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실적은 올해 4천7백93억원(23건)으로 지난해
1조3천9백14억원(40건)보다 65% 감소했다.

93년이후 가장 적은 규모였다.

유상증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상장회사들은 2조7천58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했다.

지난해보다 25.9% 줄어든 규모다.

연도별로는 92년이후 최저치였다.

기업공개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기업도 속출했다.

기업공개 주간사계획서를 증권감독원에 제출했던 스탠더드텔레콤 세화
한국내화 한국상호신용금고등이 올해 상장기업으로의 변신을 포기했다.

증권사들은 공모가격보다도 떨어지는 주가를 받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23개 신규상장회사중 12개사가 시장조성을 받을 만큼 주가가 폭락한
탓이다.

올해 기업공개를 실시한 회사의 절반 이상이 공모가격을 위협받았다.

보람증권은 다우기술에 대한 시장조성과정에서 38만여주의 주식을 매입,
제1대주주가 됐다.

대우 삼성 쌍용 등 상당수 증권사들이 시장조성과정에서 공개회사의
10%이상 지분을 갖게됐다.

증권사의 자금부담은 가중됐고 결국 시장조성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나타났다.

쌍용 서울 등 일부증권사들은 "기존 대주주마저 주식을 내다파는
상황에서 더이상 주가를 떠받칠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상증자의 경우 발행가격이 급락, 상당수 상장회사들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었다.

우량은행으로 손꼽히는 주택은행은 유상증자를 계획할 당시 주당
1만2천~1만3천원을 예상했으나 주가폭락으로 1차 발행가격이 8천3백원으로
떨어졌고 최종발행가격은 5천8백원으로 주저앉았다.

주택은행 관계자들은 "이럴줄 알았다면 유상증자를 실시하지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주가폭락으로 손실을 입은 사례는
헤아릴수 없을만큼 많다.

올해 치열한 경쟁률속에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종근당 국민은행 등도
주가폭락으로 발행가이하로 하락했다.

금강산업개발 등은 경쟁률미달로 주간사회사가 증자물량을 떠안아야
했다.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기업들이 부도가 발생, 투자자들의 손실을 입힌
사례도 많았다.

핵심텔레텍 금경 대선주조 산내들인슈 등이 유상증자후 부도가 났다.

만도기계는 유상증자 청약을 받는 과정에서 화의를 신청, 증자대금
반환여부를 놓고 증권사와 발행회사가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유상증자가
무산됐다.

회사채의 경우 상장회사들은 올해 33조2천4백21억원을 발행, 지난해보다
12.4% 늘어났다.

그러나 제대로 소화되지 못해 발행사가 되가져가는 사례가 예년보다
많았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