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가 외국인의 매도세와 세계증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증권맨들이 바빠졌다.

해외증시 움직임을 살펴보며 그때그때 시장상황을 분석해낼 필요성이 있기
때문.

대형 D증권사에서 투자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L과장의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케이블TV의 CNN뉴스채널을 틀어댄다.

한국시간으로 새벽6시에 폐장되는 뉴욕증시의 소식을 알기 위해서다.

장중동향과 장마감후 동남아증시에 대한 코멘트까지 듣고 나면 출근준비를
해야한다.

뉴욕증시가 상승세로 끝나면 국내증시가 강세장으로 출발하고 하락세면
여지없이 하락하는 동조화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만 보는게 아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열리는 외환시장 동향도 주가분석의 필수
점검 사항이다.

게다가 오전 11시쯤이면 홍콩증시가 개장되므로 홍콩의 항셍지수도 눈여겨
봐야 한다.

5일 전장마감 무렵에 홍콩증시가 약세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종합주가지수의 상승폭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오후 3시40분께 시간외매매까지 끝났지만 또하나 체크해야 할게 있다.

홍콩증시가 한국시간으로 오후 5시에 끝나므로 종가를 확인한후 투자전략
회의를 마쳐야 L과장은 퇴근한다.

L과장은 "요즘은 국제부직원이 아니더라도 뉴욕이나 홍콩증시 뿐만아니라
런던 등 유럽증시의 동향을 분석하는 것이 필수"라라며 "심지어 최근 미국계
핫머니의 공격설이 돌고 있는 브라질증시까지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민정부 5년동안 이뤄지지 않았던 한국
증시의 세계화가 최근 2주새 단숨에 이뤄진 느낌"이라고 평했다.

<최명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