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감독원과 증권거래소가 "기발한 외환대책"을 내놨다.

오후4시께 발표하던 외국인 매매동향을 외환시장이 끝나는 오후4시반
이후로 미룬 것이다.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당일 외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라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의 생리를 잘 아는 증권관계당국이 외국인 매매동향이라는 중요
정보를 틀어막겠다는 발상을 한 것은 너무나 엉뚱하고 시대착오적이다.

정확한 정보전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장에서 관계당국이 스스로 정보
차단에 앞장섰다는 사실에 증시관계자들과 외국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매매동향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환시장이 안정된다면 모든
비난을 감수할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자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커녕 "오늘은 외국인이 얼마 팔았다더라"는
식의 미확인정보만 횡횡하며 오히려 투자심리만 위축시키고 있다.

외국인 매매동향 발표를 처음 연기했던 증권감독원의 설명도 너무나
구차하다.

지난주에는 전산시스템에 말썽이 생겨 "오후5시로 발표를 미뤘다"고 했던
증권감독원이 최근에는 자체 판단으로 결정했다고 말을 바꿨다.

재경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가 파다하지만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고있는 동남아와 다르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다.

그 말이 아마도 "우리정부는 동남아국가들과는 달리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모든 정보를 차단할수 있다"는 자신감인지도 모르겠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