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일반투자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리 경제의 거울인 주식시장의 반등을, 한국경제의 안정성장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희망은 무참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신문사에 전화를 거는 투자자들의 거친 목소리에는 체념과 눈물마저
배어있다.

굳게 믿어왔던 한국경제의 안정성장에 대한 기대가 이제는 허망한 꿈으로
끝나는게 아니냐는 절망감마저 서려있다.

3년째 주식투자를 해왔다는 김모씨는 아예 다짜고짜 대성통곡을 해댔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가고 있는 겁니까.

자살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정치권 뉴스를 보면 털끝만큼도 희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선후보들도 한주라도 주식을 사봐야 합니다"

마산에 살고 있다는 한 회사원은 팔리지 않는 주식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지난 22일 기아사태 조기해결로 주가가 급등할 때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감하게 주식투자를 했지만 불과 1주일도 안돼 담보부족이 됐습니다.

팔려고 물량을 내놨지만 팔리지도 않습니다.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믿었던 제가 바보였나 봅니다"

정부에 강력한 대책을 촉구해줄 것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전화도
잇따랐다.

퇴직후 7년째 주식투자를 해왔다는 한 투자자는 "어떤 형태로든 주식
매입기반을 확대하고 실명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더라도 무기명
채권을 발행해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아예 환율을 잡지 말고 시장에 맡겨 오를만큼 오르게 내버려 두면
외국인들이 주식을 처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다시는 여의도를 돌아보지도 않겠다는 투자자도 있었다.

불과 4~5일만에 재산의 절반이상이 날아가버리는 비운을 맛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증시가 폭락하자 대통령이 곧바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아직까지도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동요는 거의 공황상태다.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그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주체의 가슴이 멍들고서야 건강한 경제를 기대할 수는 없다.

김남국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