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발표되는 증시부양책을 비웃듯 주가가 계속 폭락함에 따라 증권가
에서는 경제전반에 걸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주식시장 2차부양책이 발표된 다음날 주가가 2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자
"주식시장에 대한 처방만으로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할수 없다"는 주장이
더욱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대우증권 강창희 상무는 "금융시장 위기를 불러온 기아사태를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인지 아직도 불분명하다"며 "기아처리방향이 확정될 때까지
외국인은 계속 주식을 매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주식시장폭락이 신용공황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외국기업에 대한 M&A(기업인수합병) 허용, 부동산및
채권시장 개방, 코스닥시장 개편, 무기명국채 발행 등 경제전반에 대한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안들인 만큼 국내에서도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3년이상 보유자에 대한 분리과세와 근로자주식저축 기간확대같은 2차부양책
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박영철 투자전략팀장은 "3년이상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큰 폭의
주가 하락으로 처분기회를 놓친 개인이거나 막대한 평가손을 입은 기관이
대부분이고 근로자주식저축 확대는 개인들에게 매수부담을 안겨주는 것일뿐"
이라며 이번 증시부양책의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신용융자잔고가 고객예탁금을 8천억원정도 앞지를 만큼 수급불균형이 악화된
상태에서 나온 증시부양책은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신한투자증권 임광빈 투자분석팀장은 "그동안 증권업계에서 주장해왔던 증시
대책들이 두차례의 증시부양책 발표로 대부분 실현됐으나 신용매물부담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며 "신용매물을 소화한 이후에야 주가부양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올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기아사태를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시급히 대책
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증시부양책의 내용에 관계없이 주가 폭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