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갈길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요즘 기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각 기관의 운용책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현재의 주가수준이 단기적인
바닥국면"이라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주가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기대감 차원이어서
적극 매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란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 기관중에서 그나마 적극적인 매매에 나서고 있는 투신사의 경우를 보면
지난달에 4백54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8월의 1천1백1억원 순매수에 비해 장세관이 뚜렷하게 바뀌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발등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아해법이 정리되지 않아 기아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자금시장이 악영향을
받고 주식시장도 침체국면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의 나인수 주식운용팀장은 "장세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앞으로
연말까지는 집중매수보다는 매월 5백억원가량의 순매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 말했다.

매수종목에 대해서도 기아문제가 살아있는한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중저가 대형주가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대한투자신탁의 신철순 주식운용부장은 "연말까지 주가는 750선이상 오를
것"이라며 10월중엔 고유부문을 중심으로 2천억원가량 순매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당장의 주가회복이 예상되어서라기 보다는 장기투자관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더군다나 대형 투신인 한투와 대투는 지난 9월1일 고유주식 장부가를
현실화한 이후 미매각 수익증권 규모를 크게 줄였다.

그동안 고객이 수익증권을 환매해 돈을 찾아간 만큼의 주식을 회사측에서
떠안고 있었지만 이제는 부담없이 해당주식을 처분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관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대우증권 법인부의 홍성국 차장은 "주가가 720선
을 넘어야 기관들이 정상적인 운용에 나설수 있는 실정"이라며 투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은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권사등의 현물주식 매매는 절반가량이 장세전망에 따른 매매가
아니라 선물차익거래와 연계된 프로그램매매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외국인 매도와 함께 매도에 치중했던 기관들도 향후장세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외국인 한도 확대 같은 변수가 남아있지만 무엇보다 기아사태의
향방이 장세흐름의 관건이라는 견해다.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