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회계법인은 한국강관(현 신호스틸)에 대한 부실감사의 책임을 지고
투자자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공인회계사의 감사책임을
강화하고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그동안 회계사쪽 의견에 기울어졌던 관행을 뒤엎는 것이어서 부실감사
가 원천적으로 줄어들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증권감독원의 회계감리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 판결 의의 =그동안 부실감사에 따른 손해배상 여부를 놓고 투자자와
공인회계사 사이에 줄다리기를 벌여왔던 "손해입증책임"에 대해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 획기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부실감사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스스로 부실감사와
손해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배상을 받을수 있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당해회사의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영업실적외에
거시경제나 정치.사회적 여건에도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1심에서도 "분식된 재무제표와 부실한 감사보고서를
신뢰하고 투자판단의 자료로 삼아 주식을 취득했는지에 대해서는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은 공인회계사의 감사가 끝난 재무제표는 주가형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라며 따라서 중대한 부실감사를 한 공인회계사는
투자자의 입증책임과는 별도로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또 배상기준이 되는 손해액에 대해서도 "부실감사로 인해 잃게
되는 주가 상당액, 즉 부실감사로 밝혀져 거래가 정지되기전에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와 거래정지가 해제된 뒤 계속된 하한가를 벗어난 싯점에서
정상적으로 형성된 주가의 차이"로 제시, 배상범위를 확대시켰다.

이는 1심에서 손해액으로 정한 "분식결산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형성되었을
주가와 투자자의 실제취득가격과의 차액"보다 훨씬 늘어난 수준이다.


<> 회계법인 반응 =이번 대법원 판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계감사를 의뢰한 회사들이 고의로 분식결산을 할 경우 일일이 적발하기
힘든 현실에서 회계사 과실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전덕치 청운회계법인 회계사는 "공인회계사가 감사업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을
경우엔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인회계사의 배상책임에 대해서는 민법과 외감법에 이중으로
규정돼 있다"며 "특별법 성격을 지닌 외부감사법에선 이미 배상소멸시효가
지났음에도 민법에 따라 다시 책임을 묻는 것은 법체계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심에서 이같은 의견을 개진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소할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 증감원 대응 =이번 판결로 감사보고서의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분식결산
및 부실감사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석주 증감원 감리국장은 "부실감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회계법인에
대한 조직감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회계법인의 배상이 원활하게 이뤄질수 있도록 올해부터 도입된 손해배상
공동기금(보수의 3%를 사외에 예치)과 적립금(매출액의 2%를 사내에 유보)
이 내년 3월부터 착실하게 지켜지도록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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