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0일 오전 11시29분.

대우증권 시장대리인이 태광산업 50주의 매수호가표를 마지막으로 제출한뒤
종료부저와 함께 주식거래 수작업매매는 마침내 막을 내렸다.

더이상 쓸모없게 된 호가표가 흩뿌려지고 시장대리인및 증권거래소 시장부
직원들은 쓸쓸히 비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로써 지난 56년 증권거래소 설립이후 주식거래가 이뤄지던 플로어(시장
공간)는 9월1일부터 모든 종목이 전산매매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주식시장 개설이래 매매체결방법은 격탁(딱딱이치기) 수작업매매에서 포스트
수작업매매를 거쳐 전산매매로 바뀌어 왔다.

격탁매매는 매도측과 매수측이 한자리에 모여 사고 팔 수량과 가격을
수신호를 통해 전달해 거래의사가 합치되면 격탁수가 딱딱이를 쳐 매매가
성립됐음을 알리는 방식.

시장대리인들은 투자자 주문의 가격과 수량을 모두 암기해 수신호로 매매
해야 했다.

이어 75년부터는 포스트매매가 시작됐고 명동 증권거래소의 타원형의
포스트는 79년 여의도로 옮겨지면서 현재와 같은 육각형으로 바뀌었다.

각 증권사가 포스트로 제출한 호가표를 정리하여 증권거래소 직원이
순차적으로 매매성립토록 하는 방식이었다.

88년 주식시장 활황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포스트 직원들은 월급보다
야근수당이 많아졌고 포항제철 국민주 1호가 상장될 때는 호가표만 2m이상
쌓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은행주가 거래될 때는 호가표를 정리하지못해 다음날 새벽에나 매매를
마치는 경우도 있었다.

88년부터는 전산매매가 수작업매매와 병행되기 시작했고 거래비중이 점차
증가하다가 결국에는 전면전산화로 바뀌고 말았다.

한편 증권거래소는 증시의 영욕을 함께 했던 육각형 포스트 5개를 플로어에
그대로 남겨 전산매매를 정리토록 하는 한편 일반인들이 계속 관람토록 할
예정이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