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집단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는 구조조정론의 시각으로 접근할
경우 충분히 예견될수 있었던 사건이었으며, 앞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피나는
노력이 생략된채 넘어간다면 또다시 재발될수 있는 사태라고 판단된다.

이제 세계경제의 모범답안으로 간주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 몇배에 달하는 고통과 혼란을 딛고서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한국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말로만 요란하게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외쳐대었지만 노동관계법도, 금융
개혁도, 부실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처리도 각자의 이기적인 주장과 당장의
고통이 두려워 물건너간지 오래다.

가령 최근의 여론처럼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그 방법은 뻔하다.

특융의 실시와 통화의 방출, 그리고 금융기관들의 부실화를 담보로 해서
제공되는 채무의 이연조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일개그룹의 회생여부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부실화이다.

우리보다 수년앞서 구조조정에 돌입한 일본의 경우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경제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결과가 뻔한 특단의 조치로 이번 사태를 미봉하여 넘긴다 하더라도 얼마후
직면하게 될 상황은 금융기관의 부실화문제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사실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증시의 지수상 대세상승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의 장애물은 금융주와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그룹관련 대형주들이다.

또한 특융에 대한 요구는 89년 증시부양조치시의 투신사에 대한 특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때도 여론의 분위기는 지금과 똑같았다.

그러나 투신부실화의 최대원인이었던 특융조치에 대해 성공작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이후 단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결과에 대한 심각한 고려없이 온정주의만이 득세하는 최근의 여론처럼
사태의 해결이 귀결된다면 고통의 크기는 일시적으로 작아질수 있겠지만
결국은 만성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증시 역시도 낙폭과대에 따른 일시적인 단기유동성 장세야 간헐적으로
있을수 있겠지만 지수상의 대세는 결코 기대할수 없을 것이다.

< 신한증권 투자분석과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