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정웅 < 대림정보통신 대표 >

지난 4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증권거래법의 M&A 관련 규정에서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적대적 M&A와 관련된 공개매수(TOB) 제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만들어 M&A제도가 갖고 있는 국부의
증대라는 순기능을 살리면서도 우량기업들의 경영권 안정을 달성할수 있을까
였다.

혹자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어려우니 우선 시대변화에 부응하여
적대적 M&A를 활성화시켜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조정을 시장원리에
의하여 일어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게임의 룰이 공정하게 지켜지지 않는 운동 경기를 보면서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고 그런 경기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듯이 M&A제도도 공격측에
창을 주듯이 방어측에 방패를 주어야 한다며 게임의 룰을 가능하면 공정하게
만들려고 한 것으로 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동 목적 보유자에 관한 사항을 신설한 것이다.

당초 이 조항에서 "본인과 합의.계약 등에 의하여"라는 표현에 대하여
실효성이 의문시 돼왔다.

그러나 지난달 증권감독원과 증권관리위원회가 사보이호텔측의 신성무역
주식회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과정을 조사하면서 임정훈 등이
공동보유자 관계에 있음을 인정하여 사보이호텔측에 위반 주식의 처분및
공개매수정지 명령을 내리고 위반자를 검찰에 고발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개정증권거래법에 의하여 도입된 공동보유자 제도및 의무공개매수
제도의 실제운영과 관련하여 증권업계의 박수를 받았다.

증권감독 당국의 결정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당시에 임정훈은 신성무역의 주식 5만7천6백60주(12.07%)를, 정승백은
2만2천1백80주(4.65%)를 각각 취득하고 있었고 이들은 사보이호텔측과
각 증권거래법상의 공동보유자 관계에 있어 대량보유 등 보고(5%룰)와
의무공개매수 신고 (25% 룰)를 해야 했으나 이를 숨기고 제대로 보고하지
않음으로써 관련규정에 위반되었다.

이에 따라 증권감독원은

1>공동보유자 2명과 사보이호텔측 관계자 4명(신현숙 조성식 김경남은 제외)
을 형사 고발하고

2>이들이 의무공개매수 규정에 위반하여 보유하고 있는 주식중 총발행
주식 수의 22.67%를 초과하는 주식을 97년 8월27일까지 증권거래소 시장을
통하여 처분(신고대량매매 시간외매매 통정매매 기타 특정인과의 약속에
의하여 매매하는 방법 제외)할 것을 명하며

3>처분명령 이행완료시까지 일체의 공개매수활동을 정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러한 증권 감독 당국의 조치는 개정 증권거래법에 의하여 도입된 선진적인
M&A제도가 정착될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크게 환영하며 향후 투명하고도 공정한 M&A제도의 운영을 기대한바 있었다.

증권업계의 이러한 기대는 증권감독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에 따라 향후
위법적인 M&A가 근절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었음은 췌언을 요하지
않는다.

그런데 증권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따른 검찰의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보이호텔측은 위와같은 증권감독원의 조치 직후에 가진
기자회견을 통하여 재공개매수신고 방침을 공공연히 천명하더니 이제는 위와
같은 매각명령을 모두 이행하였다면서 신성무역에 대한 재공개매수신고서를
금명간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다시 한번 증권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사보이호텔측의 재공개
매수가 증권감독 당국의 명령이 철저히 이행되어 공동보유관계가 해소되었다
는 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사보이호텔측이 위반 주식을 처분하면서 증권감독 당국의 처분명령에
열거되어 있던 처분방법 제한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여부, 즉 위반주식을
처분함에 있어서 통정매매 등 특정인과의 사전 약속에 의하여 매매하는 방법
을 제외하고 증권거래소 시장을 통하여 투명하게 처분하였는가에 대하여는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사결과 만에 하나라도 사보이호텔측이 형식적으로만 명령을 이행한 듯한
외관을 갖추어 재공개매수를 기도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이는 관련 법규정과
이에 따른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이제부터라도 검찰은 이 사건이 갖는 사회경제적인 의미와 중요성을
재삼 인식하여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로 위법사실을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할 것이다.

공동보유관계는 당사자간에 은밀하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적인
수사권이 없는 일반인이나 증권감독 당국에서 충분한 사실확인을 하기에는
불가능하며 증권관리위원회의 고발내용도 사보이호텔측 공동보유관계의
전모를 밝혀낸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보이호텔측에서 재공개매수를 추진하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를 계속 미루다가 위법한 M&A가 성공하고 나서야 뒤늦게
수사를 마무리하고 범법자들을 처벌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이미 기업을 불법적으로 탈취당한 기업인에게 과연 법집행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였다고 할수 있을까.

혹자는 M&A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하며 M&A에 대한 방어는 검찰의 몫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M&A에 대해서만 타당한 논리이다.

개정 증권거래법은 M&A를 허용하면서 그 부작용을 극소화하고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할수 있는 제도의 틀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증권거래법 개정의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어 M&A가 의도된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는 제도의 틀을 벗어난 M&A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대전제가 국민 모두에게 인식되어야 한다.

검찰의 신속한 수사와 법에 따른 엄정한 처벌은 이를 위하여 필수적이다.

이 점을 망각한 채 M&A는 경제논리에 따라 풀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돈만
있으면 어떠한 불법을 자행하여도 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불법과 루머가 횡행하는 후진적인 M&A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M&A의 순기능을 살려 전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법에 따른
공개매수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는
증권감독 당국과 검찰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 개정 증권거래법의 실제 운용방향을 가늠해 볼수 있는 신성무역
건에서 검찰과 증권감독 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사뭇 기대가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