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 선경증권 이사 >

지난달 21일 "부실징후기업의 정상화 촉진과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를
위한 금융기관의 협약"(일명 부도방지협약)이 발효되면서 그 첫 적용대상이
진로그룹이 되었다.

"부도방지협약"이 나오게 된 배경은 한보.삼미그룹의 부도이후 더 이상의
부도를 방치했다가는 제3, 제4의 부도기업이 발생되고 그렇게되면 우리나라
경제와 은행경영이 치명타를 입으리라는 절박한 사정 때문인 것 같다.

따라서 금융기관 대표자 회의에서 실사를 거쳐 회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협조융자 등을 통하여 기업을 회생시키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법정관리나 제3자 인수등 종전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 이 협약
의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볼때 거래은행에 잔고가 없을때 어음이 돌아오면 어음은 부도
처리되고 기업의 당좌거래도 정지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부도 개념인데
이 협약의 핵심은 부도 아닌 부도를 내는 것이다.

따라서 잔고가 없는데 어음이 교환으로 돌아오더라도 해당어음은 부도처리
되지만 기업의 당좌거래는 계속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부도방지협약"의 시행으로 발생가능한 문제점으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기존의 질서를 깬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겠느냐는 점이다.

그리고 대상기업에 자금지원을 하고 정상화가 되면 좋겠지만 정상화가
어려울 경우 금융권의 더 큰 부담을 안게되어 더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부실징후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여신을 회수함으로써
부도발생을 유발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도 우려된다.

반면 이들 기업으로부터 금융기관이 회수한 자금은 보다 안전한 투자대상인
CD나 채권쪽으로 운용대상을 바꿀 가능성이 있고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채권
수익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않을까 생각된다.

문제는 무보증채권을 보유한 투자자와 대상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보증한
보증기관의 피해인데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무보증채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라도 최소한 무보증사채의 원리금지급에 관한 처리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