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종목당 20%에서 23%로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증권가는 환영분위기 일색이다.

외국자본유입으로 증시수요가 그만큼 늘어나 주가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정부입장에서도 외국인 한도확대가 외화부족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쁠게 없다는 입장이다.

누적되는 무역수지적자로 인한 달러부족을 자본유입으로 메워보겠다는
계산이 담겨져있다.

채권시장 개방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장에는 달콤한 외국인 한도확대가 나중에는 우리경제를 해치는
독약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만일 외국인들이 한국에 쏟아부은 돈을 한꺼번에 빼내갈 경우 우리경제는
어떻게 될까.

주가폭락 환율폭등과 같은 대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익만을 쫓는 국제핫머니가 한국시장에서 더이상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 엄청난 외환위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

돌이켜보면 멕시코 외환위기도 외국인이 갑작스럽게 철수하면서 발생했다.

경제전망이 나빠지면서 미국 일본 등에서 유입됐던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멕시코경제는 치명타를 맞았다.

94년11월초 1달러당 3페소였던 환율이 95년초에는 6페소를 넘어섰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체결로 부푼 꿈에 젖어있던 증시도 엉망이 됐다.

우리 증시에서 3%, 아니 그보다 많은 30%, 50%의 외국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자본시장 개방처럼 단계적으로 "처음에는 3%, 다음에는 5%식으로
철수하라"고 명령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경제의 내실을 다져 외국인들이 투자매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

외화부족을 해소하고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당장의 달콤함에 젖어 성급하게
자본시장의 문을 열면서 우리 스스로가 외환위기를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기우에서 하는 말이다.

현승윤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