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정도가 어느 수준일지를 두고봐야 할 겁니다"

강경식 신임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취임일성으로 "지하자금 양성화를
위해 금융실명제를 보완할 것"이라고 밝힌데 대해 증권 관계자들이 보이고
있는 반응은 의외로 시큰둥하다.

"최악의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우려가 있는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주가상승
의 계기를 마련할수 있는 보약임에는 틀림없으나 보완 자체보다는 보완정도가
더 중요하다"(박병문 LG증권 투자전략팀장)는 이유에서다.

실명제 보완의 핵심은 "지하자금의 과거"를 묻느냐 안묻느냐는 것.

이는 곧바로 실명제 실시후 지금까지도 기회만 있으면 거론되는 무기명 SOC
(사회간접자본) 채권의 발행여부와 직결된다.

과거를 물을 경우엔 SOC 채권도 물건너가고 보완에 크게 기대할수 없다.

비과세저축을 확대해 종합과세기준을 높이는 "소극적" 방안으로는 기대심리
를 충족시킬수 없고 오히려 실망에 따른 부작용만 커질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묻지 않으면 결과는 정반대다.

GNP(국민총생산)의 10%나 되는 30조원이상의 지하자금(강부총리 추정)이
광명세계로 올라오면 장농 등으로 감춰졌던 돈이 금융권으로 유입돼 자금
흐름이 원활해지고 시중자금이 풍성하게 돼 금리가 떨어지고 주가는 크게
오를수 있다(정종렬 신영투신 사장).

경제계와 증시에서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모든 것을 포기할수 있다는 극약처방이 내려질수도
있다"(홍성국 대우증권 법인부차장)는 견해는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걸림돌은 "과거문제"가 금융실명제의 골격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김영삼 정부가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실명제의 뼈대를
흔들면서까지 경제(증시) 살리기에 나설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다.

7일 증시는 이런 증권계 반응을 그대로 보여줬다.

실명제 보완 기대감으로 건설.금융주가 급등해 종합주가 상승을 이끌었으나
"냉정"을 되찾으면서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총론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보완수준에 따른 시장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각론
중시의 투자전략을 마련해야 할때"(서명석 동양증권 투자전략팀과장)라는
얘기다.

<홍찬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