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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 국제화의 첨병인 해외지점들이 흔들리고 있다.

현지사정에 대한 낮은 인식과 정부의 규제 등으로 안팎으로 치이며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유화 파도를 타고 급작스레 추진되고 있는 지점설치 자율화는 국내
증권사간의 과당경쟁이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쌍용증권 도쿄지점의 거액 "미수금사건"은 예고됐던 것이라는 반성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91년부터 본격화된 증권사 해외진출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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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증권사를 노려라"

지난해말부터 일본증시의 작전(사수)세력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돌았던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중 LG 대우 대신 등 한국증권사의 도쿄지점이 무더기로 문을
열면서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는 경고였던 것이고 이번 쌍용증권
사건은 이를 증명한 셈이다.

한국증권사들이 작전세력의 목표가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영업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더기 진출이 이뤄짐으로써
과당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일이중과세방지협정이 개정되지 않아 한국지점들이 한국주식관련
영업을 할수 없다.

일본주식이나 외화표시 채권에 투자하려해도 영업기금이 10억엔에 불과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도쿄에 진출한 한국증권사는 16개(지점 6개, 사무소 10개)나 된다.

무리를 해서라도 일본주식 중개업무에 뛰어들어 수익을 올려야 하는 "틈"을
작전세력이 파고들기 쉽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크게 두가지 문제가 더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고객관리 문제점이다.

고객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고 증거금을 받지 않은채 37억엔
(약 4백69억원)이라는 거액의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취급주식이 작전주식이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인이나 기관들은 통상 작전주에 손대지 않는데 작전주인 동방금속 주식의
매수주문을 받은 것은 상식이하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후대응방식이다.

쌍용증권은 사건이 불거져 나오자 고객이름과 거래내역 등을 "상세히" 국내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고객관련사항을 밝히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증권사는 고객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심어질 경우 다른 증권사 영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줄 것"(윤민호
동서증권 도쿄지점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현지 관행이나 제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한국식으로 영업을
하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무너져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역도 대동소이하다.

정준호 대우증권 홍콩현지법인 사장은 "국내증권사의 홍콩 거점 22와
한국에 진출한 외국증권사를 합해 40여개사가 손바닥만한 한국물 시장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거점이 "여행안내소"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선진금융기법을 배워 국내증권산업의 선진화를 앞당기고 외국증권사의 국내
진출로 뺏긴 국내시장을 해외에서 개척한다는 당초 취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해외거점이 "남도 하니까 나도 하는" 구색맞추기에서 본래 위상을 찾을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홍찬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