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이 불안정한 대주주를 협박해 매집한 주식을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되파는 그린메일러가 우리나라에도 등장,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18일 엔케이텔레콤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범한정기를 인수했던
엔케이텔레콤은 최근 사채업자들로 보이는 투자자들로부터 범한정기 주식
3만여주(7.5%)를 시장가격보다 2만원이나 높은 주당 7만원선에 매수하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

엔케이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범한정기의 경영권(지분27%)을 인수한 이후
몇몇 개인투자자들이 회사로 찾아와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주식이 필요하다"며 보유 주식을 주당 7만원선에 매수하라는 제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수를 제의해온 그린메일러들은 범한정기가 큐닉스컴퓨터로
부터 공개매수를 받을 즈음 범한정기 전대주주의 부탁을 받고 매입해둔 것이
라고 소개했다"며 일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편승매입한 사채업자들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범한정기를 인수할 즈음 대주주의 지분외에 추가로
매입해둔 지분이 있어 경영권이 안정됐다고 판단, 이들의 제의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린메일러(green mailer)란 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회사의 약점을
들어 임시주주총회 소집 등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며 보유주식을 매수할
것을 강요하는 일종의 기업사냥꾼으로 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유행했었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