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단듯 치솟기만 하던 중소형주의 추락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 증권주가 마치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듯 반등 시동을 걸고 있어
시장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소형 재료주 일변도의 시장기류가 과연 비제조 대형주로 바뀌고 있는
것일까.

이에대해선 중소형 재료주의 추락배경, 은행 증권주의 반등배경, 현장세의
체력여건을 따지는데서 의문의 고리를 풀어야 할 것 같다.

최근까지 중소형 재료주 일변도의 시장기류가 형성된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경기 연착륙 실패가능성, 금리상승, 과다한 신용투자에 따른 주식시장의
수급구조 악화등은 자연 시장 매기를 중소형 재료주로 이동시켰고, 이달초
시도됐던 건설주의 반등 시도가 실패로 끝난 것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심증을 더욱 굳히게 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시세를 내면 매도세력을 만나게 마련이다.

두달간 계속된 중소형 재료주의 추락은 이번이 두번째다.

두번째 시드는 꽃은 수명을 다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론이다.

그런 시점에 은행주와 증권주가 반등을 시도했다.

은행주는 반기실적 호전을, 증권주는 낙폭과대를 주가반등의 디딤돌로
삼고 있다.

은행주는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신설투신사의 매입이, 증권주는 기관
물량이 적은 종목을 사자는 일반투자자의 "사자"가 많았다.

외견상 중소형 재료주의 공백을 대체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대형주가 움직이기엔 아직 시장체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상환 만기일을 두달 연장했다고는 하나 6천억원의
상환물량이 남아 있고, 내주중엔 유상증자 청약자금으로 4천7백억원이 흡수
된다.

비록 은행 증권주가 아름답게 비칠지라도 수급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시점
에서 덩치 큰 대형주가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이와관련, 권오순 삼성증권투자분석과장은 "증시자금면에선 이달말까지가
3분기 최악의 수준이 예상된다"며 "은행 증권주의 움직임도 아직은 주가
하락폭이 큰데 따른 반등 차원으로 봐야지 주도주로 나서기엔 시장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환 동서증권투자분석과장도 "경기 자금사정 수급여건이 모두 안좋은
상태에선 실적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며 "하락은 구조적이고 반등은 심리적
인 것인 만큼 바닥을 다지는 작업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이런 약세장에서는 특정종목군이 움직이기는 보다는 개별 종목
단위로 각개전투를 벌이는 양상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은행주는 기관마다 적게는 400만주에서 많게는 800만주까지 물량이 쌓여
있고 평가손실을 보고 있어 아직은 펀드매니저들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하는
단계다.

< 허정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