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부터 약10개의 투자신탁운용회사들이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증권사들의 자회사로 새로 설립될 투자신탁운용회사들은 소수정예로
운용수익률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증시에 거대한 큰손으로만 군림했던 기존투신사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또 연말에는 외국계증권사와 합작으로 설립한 투신사들은 물론 외국계
투신사까지 투신업에 진출한다.

이에 따라 투자신탁업계는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돌입하며 춘추전국시대를
맞게된다.

현재 기존투신사의 수탁고는 모두 합쳐 약65조원.

새롭게 자산운용시장에 뛰어들게 된 신설투신사들은 약3조원의 신규수요를
창출함은 물론 기존시장까지 잠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엄청난 빚더미에 허덕이는 기존투신으로서는 새로운 생존전략을
세워 대처해 나가야할 시점이다.

대내개방에 이어 대외개방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투신업계에
지각변동을 점검해본다.

< 편집자 >

======================================================================

"지금까지 투자신탁회사는 일반인들에게 "저축기관"이라는 인식을 너무
많이 심어왔다.

앞으로 투자신탁회사는 투자기관"으로서 본래의 특성대로 기능이 수행
되어져야 한다"(한국개발연구원 이덕훈박사)

이박사의 지론은 수익증권은 저축상품이 아닌 투자상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말 파문을 일으켰던 보장각서문제도 수익증권이 실적배당
상품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현재 투자신탁회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가운데 금리를 보장하는
상품들이 많다.

우선 지난 85년부터 판매하고 있는 재형증권투자신탁이 은행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

또 장기보장 장기안정 장기저축이라는 이름으로 연9%의 보장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현재는 팔고 있지 않지만 보장형 수익증권으로 분류되는 석류보장
신한국보장 대한보장 신대한 국민 신국민등은 정기예금금리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이같은 저축성상품들이 투자신탁제도의 본래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신사에 가면 확정금리를 받을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신설투신의 설립이 허용된 것은 신탁본연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저축기관이 아닌 투자기관으로서의 투신사의 위상을 재정립하자는 취지다.

그래서 오는 7월1일부터 증권사는 판매조직으로 수익증권을 팔고 신설
투신사는 운용조직으로 운용실적을 높이는 역할분담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투신사다.

덩치가 큰 기존투신사와 신설투신사가 공존하는 기형적인 상태는 앞으로
1-2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신탁의 명확한 방향이 제시되어야만 기존투신이건 신설투신이건
투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수 있다.

판매와 운용을 분리하기위해선 기존투신사에게 우선 "지점없는 증권사"를
자회사로 설립할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기관을 상대로 브로커리지 업무나 국제금융 M&A 상품주식운용을
주업무로 한뒤 기존투신의 지점을 넘겨받아 지점을 판매조직으로 탈바꿈
하자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기존투신은 운용전문회사로 남아 있을수 있게 된다.

이같은 방안은 서울소재 3투신이 경쟁력있는 투자기관으로 존속할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만성적인 차입금부담을 털기위해서라도 기존투신의 수탁고를 증대시켜
차입금문제를 해결할수 있다는 점에서 이방안은 설득력을 갖게 한다.

"어차피 재벌에게 기존투신을 넘기지 않을 바에는 운용과 판매를 분리하기
위해 증권자회사를 설립할수 있도록 하고 신설투신이 기존투신과 공정한
경쟁을 할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