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한국코아의 유광윤사장은 충남 천안 본사에서 이상야릇한
전화한통을 받았다.

모그룹 기획담당자라는 자기소개와 함께 한국코아의 계열사인 미래통신을
후한 값에 매도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온 것이다.

국내 최대 코아업체로 수십년동안 탄탄하게 기업을 꾸려왔다고 자신하는
유사장에게는 얼토당토않은 제의였다.

아니 기분상하는 순간이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수년동안 갖은 노력을 기울여
본궤도에 올려놓은 첨단통신업체를 한순간에 먹겠다니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상장회사의 소유권이 수시로 바뀌는 사실을
신문에서 접할 때마다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소형 전자통신업체중 30, 40여개사의
대주주들은 지난 1년동안 기업매수의사를 타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지분의 절반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떤 기업도 공격적인
기업인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기업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불꽃튀는 경쟁에서 낙후될 우려가
있는 회사들은 끊임없이 매수대상기업으로 오르내리며 주가가 등락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할수 있다.

지난 20년간 상장회사의 경영권 보호장치역할을 해온 증권거래법 제200조가
96년말에 폐지됨에 따라 M&A시장(기업지배권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의 경영환경에 최적인 방어전략이 줄기차게 모색되고
있다.

물론 적대적인 공개매수의 대상이 되기 전에 문제의 싹을 제거하자는게
일차적인 대응방식이다.

또 발행주식의 10%내에서 배당가능한 이익범위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투신사의 자사주펀드에 가입, 경영권 안정을 꾀하기도 한다.

기아자동차의 사례처럼 우리사주나 협력사에 자사주식매수를 권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여론에 호소하는 것도 방어의 무기로 등장한다.

물론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3자의 매수야욕을 원천적으로 봉쇄할수도 한다.

그래도 30%의 지분률도 확보하지 못하는게 대부분의 경우이다.

여전히 걱정이 남는다.

이런 경우 공모메리트가 전혀없는 전환사채를 발행, 회사나 대주주가
떠안는 방안도 찾아본다.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는데도 주식시장에는 자사주식의 매집설이 끊임없이
나돌며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아오른다.

이런 때는 지난 95년 2월 삼부토건이 했던 것처럼 유상증자를 결의를
검토해 본다.

유상증자는 매수세력의 자금부담을 늘리고 실권주를 대주주가 인수,
지분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

특히 일정기간 주주명부를 폐쇄하게 되어 있어 매수측의 지분변동 상황을
쉽게 파악할수 있다.

M&A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면서 최근들어 상장사들이 IR (기업설명회)를
통해 투명한 경영을 소개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방어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수 있다.

또 경영전략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는 등
조기경보역할을 담당하는 이사회등 내부통제기구의 개선도 아울러 추진되고
있다.

내부통제기구가 제역할을 다하면 적대적 인수활동을 통한 시장감시의
필요성이 완화된다.(정광선 중앙대교수)

그러나 M&A에 대한 방어가 꼭 수성을 의미한다고 볼수 없다.
(김종찬 서울증권 M&A컨설턴트)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방어개념에는 기업의 가치를 높여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얘기이다.

기업의 자산효용을 극대화시킬수 있다면 기업을 매각하고 자신의 역량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는 점을 대주주들은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