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은 채권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자본시장의 선진화에 성큼
다가선 한 해로 기억되고 있다.

기업들은 고금리시대의 멍에에서 벗어나 낮은 코스트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고 자금시장에서는 원활하게 돈이 돌아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와
금리거품이 해소된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내년 금융소득종합과세실시를 앞두고 만기가 5년이상인 장기채쪽으로
시중 뭉칫돈들이 몰린 점도 채권시장발전의 촉매역할을 한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종합과세실시를 앞두고 채권수익률하락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면서 채권수요
기반이 확충됐고 이에 따라 시중실세금리가 예상밖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증권사의 절세형 채권저축, 은행신탁등
채권관련상품의 수탁고가 급증했으며 이과정에서 금융기관간 수신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금융기관에 유입된 자금은 금리하락의 기폭제가 됐다.

그만큼 금리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연초에 한국은행이 전년말에 풀린 대규모 재정자금을 환수하기 위해 통화
긴축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3월초 실세금리가 연 15.5%까지 치솟았었다.

이과정에서 덕산그룹등 중견기업이 부도를 냈으며 일부 건설사등은
오랜동안 부도설에 휘말려 곤욕을 치러야 했다.

3월초를 정점으로 치솟았던 금리가 9개월만에 11%대까지 하락하는등 3.6%
포인트이상 급락했다.

이는 경기확장세의 둔화로 기업들의 설비자금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물가상승률및 총통화증가율(M2)이 낮게 나타나면서 한국은행등 통화당국이
신축적으로 통화를 관리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3단계 금리자유화 실시및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 가입을 앞두고
정부의 금리하향 안정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증권사등 채권
시장참여자들이 자신있게 채권매수에 나선 점도 금리하락기조에 한몫 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자금시장의 선순환이 진행되면서 9월이후 1일물콜금리등 단기금리가
평균 11%대를 유지해 왔다.

5년만기 장기채금리의 속락도 금리하락을 주도했다.

10월이후 종합과세를 회피하려는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에 있던
시중 뭉칫돈들이 장기채에 몰리면서 연14.25%를 기록했던 5년만기 국민주택
1종의 금리가 지난 19일 연 8.75%까지 급락, 수요에 따라 채권간 금리
스프레드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여튼 종합과세 실시를 앞두고 절세상품으로 5년만기 장기채가 각광을
받으면서 채권의 대중화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물론 이과정에서 투기적 매매가 횡행하는등 국내 채권시장의 취약한 면모도
확인돼 채권시장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커및 운용업무를 동시에 하는 증권사들이 단기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채권금리를 좌지우지한 점은 반성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3년만기 회사채금리가 하루에 0.1%포인트이상 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 정부의 입김에 금리가 춤추는 현상이 되풀이돼 아직은 시중실세금리가
관치금리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채권발행규모가 수급과 수익률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되지 못하고 사실상
재경원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어 월말이면 금리가 춤추는 현상이 연출됐다.

지난 5월과 12월 증안기금이 주식시장개입을 위해 채권을 매도하면서
금리가 반등한 것도 채권수익률의 기조의 변화라기보다 정부의 정책에
기관투자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라고 볼수있다.

금리하락에 따른 수혜가 경제주체 모두에게 확산되지 못하고 회사채를
발행한 일부 대기업과 매매차익을 거둔 증권사등이 독식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예상과 달리 금리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으로 자금유입이 거의
없어 주가가 오히려 떨어져 주식투자자들을 애타게 했다.

내년에는 금리하락에 따른 혜택이 고루 퍼져 경제를 튼튼히 하고 자본시장
의 선진화를 굳건히 하는 한해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