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사람들은 거래소를 증권업계의 모태로 자부한다.

거래소출신들이 증권업계에 많이 진출 활동하고 있는데 긍지를 가지고
있다.

증권산업이 초창기였던 지난 70년대와 80년대에 업계로 나가 역경을 겪은
후 지금은 대부분 주요 부서의 부서장이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서 한때 임원 또는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업계에 나간 사람은
줄잡아 2백명정도로 추정된다.

대우증권의 김창희사장 선경증권의 박도근사장은 증권거래소 출신으로
거래소를 떠나 성공한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지난 60년대후반 거래소에서 근무했던 김창희사장은 증권금융 투자공사등을
거쳐 지난 78년 대우증권(당시 동양증권)에 입사 84년이후 사장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박도근 사장 역시 거래소에서 첫 직장을 시작했으나 지난 78년 선경그룹
경영기획실로 자리를 옮겨 고속승진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선경그룹이 유공과 태평양증권(현 선경증권)을 인수하는데 큰 공을
세워 최종현 그룹회장의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신흥증권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새한투자자문을 이끌고있는 장석제사장과
김세창 초대신한은행장, 배종승 초대한국투신사장등도 한때 거래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거래소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업계에 나가 증권과 관련된 기업
을 일으키는데 큰 기여를 했거나 기여하고있는 사람들로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에 속한다.

증권회사에서 현재 임원이나 부서장직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대우의 방민환부사장 강창희이사 쌍용의 박원훈이사 이재형이사 박정삼이사
대우 선경의 이종윤이사 고려의 송동환이사 정태식이사대우 교보의 이홍순
상무 이상구이사 LG의 임윤식이사 김기안투자전략팀장등은 해당분야에서
허리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평이다.

또 연구소에는 대우의 심근섭전무 대신의 하태열실장이, 투자자문회사에는
대우의 명중남전무 일은의 박동석이사 동양의 이춘배상무가, 그리고 투신
에는 국민의 박성욱상무 최진용 홍콩지점장등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있는 업계로 나가 거래소에서 익힌 업무를
십분 활용하고있는 사람들이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 출신들중에는 업계로 나가 실패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선 지점에서 영업실적이 좋지 않아 부하직원에세 승진자리를 내주고
사표를 낸 사람, 고객에게 손실을 끼쳐 집을 날린 사람, 이민을 떠난 사람
등등 비극으로 막을 내린 뒷애기가 수시로 거래소로 들려온다.

또 증권전산 예탁원등 거래소의 자회사나 출자회사에 나가 있는 거래소
출신들은 간혹 낙하산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가시방석생활을 하고 있다는
애기도 들린다.

이들에 비하면 업계에서 활동하는 거래소출신들은 떳떳한생활을 하고 있는
편에 속하는 것이다.

거래소 사람들은 그러나 90년대 들면서 업계로 진출하는 기회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증권시장이 급팽창함에 따라 인재들이 앞다투어 증권업체로 몰려들고
있어서이다.

거기다가 증권전산등 관련기관에서도 노조가 낙하산인사라며 거래소출신들
을 거부하고 있어 거래소내의 인사적체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거래소는 최근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 인사제도연구팀은 최근 연공
서열보다 능력을 중시하고 직위를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경영진에 보고했다.

개방시대를 맞아 거래소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일반기업처럼 인사
제도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가 어떻게 시행될지 업계에서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