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파문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증권시장에도 드디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노씨 비자금의 돈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보그룹의 경우
30일 한보철강과 상아제약이 모두 하한가를 기록.

또 노씨 친인척 기업인 선경이 하한가를 기록했고 동방유량은 하한가를
간신히 면하는 약세.

유공 선경인더스트리 이동통신 선경증권등 여타 선경그룹주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못했다.

증권계에서는 지난 23일 노씨의 비자금폭로직후 23포인트가 급락한
것이 돌발악재에 대한 단순반응이라면 이날 하락은 관련기업의 혐의가
구체화된 형태로 나오면서 발생했기 때문에 파장이 길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

<>.노씨의 거액 비자금에 대해 증시 주변에 나도는 소문은 지난해 말
4백억~5백억원규모의 비자금이 증시로 유입, 노씨의 사돈기업인 동방
유량의 주가를 올리는 "작전"을 벌여 막대한 차익을 거두었다는 얘기가
제일 먼저 부각.

또 선경그룹의 선경증권 인수자금에 노씨자금이 상당규모 포함됐다는
얘기등 사돈기업인 선경과 동방유량 관련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편.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중 아직 알려지지 않았던 약3백억~4백억원의
자금이 한국 대한 국민등 투자신탁 3사에 예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투자신탁업계의 한관계자는 청와대 경호실 자금으로 보이는 자금이
투자신탁사에 예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자금은 단기
공사채형 수익증권과 신탁형 저축에 예치되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혀
그동안 무풍지대로 알려졌던 증권시장에도 비자금 파문이 한차례
일어날 전망.

이 관계자는 이렇게 예치된 자금이 3백억~4백억원선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자금이 정확히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신탁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의 자금이 예치된 것은 사실
이지만 경호실이 아닌 총무쪽 자금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5공화국 시절에 청와대 경호실
자금 30억~40억원이 예치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알고 있기로는
비자금이 아니라 정부의 국고수표로 결제된 공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5공 시절 전두환 전대통령의 사돈인 윤광순씨가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권 관련 자금이 상당액 예치되었다고 설명하고
아마 "6공 자금 3백억~4백억원"은 이자금이 와전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증권관계자들은 3대투신의 성격이 사실상 공기업과 같았기 때문에
노씨등 고위관계자의 청탁이 들어왔을때 그 비자금 관리를 거절할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투신사로의 비자금유입가능성을 시사했다.

<>.주가가 급락한 30일 증시에는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증시에서
돈세탁을 거쳤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사실이 아닌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있다.

이날 제기된 의혹은 노씨의 비자금이 노씨와 사돈관계인 동방유량과
동방페레그린 증권을 통해 주식투자에 사용됐으며 이 과정에서 동방유량
주가가 작전에 의해 급등했다는 것.

<>.지난해말 동방유량의 주가급등에 대해 매매심리를 했던 증권거래소
는 당시 주가가 오른 것은 사실이나 작전세력이 개입됐다는 혐의는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설명.

거래소는 동방유량 주식이 지난해 9월 30일부터 11월 15일까지 90%
(구주 89%,신주 96%)급등했으나 거래량은 전월보다 8.5%(신주는 79%)
증가에 그쳐 이상징후로 보기는 힘들었다고 지적.

또 작전의혹이 제기된 동방페레그린 증권의 거래비중이 이 기간중 거래
된 주식의 6%(신주는 35%)에 불과, 추가조사를 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

증권거래소는 이에따라 동방유량의 작전설과 관련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감독원에 추가심리를위한 자료제공도 하지 않았다고 언급.

최근 증시주변에는 작년말 동방유량의 주가 급등이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 작전을 벌렸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많았는데 증권감독원은
"현재로서는 작전여부를 조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

<>.노전대통령 비자금의 증시유입설과 함께 일부 증권사가 운영중인
특수영업팀이 관심대상으로 부각.

증권업계에서는 동방페레그린 특수영업팀이 노씨의 비자금을 운용했다는
소문도 나돌도 있는데 증권사들중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특수영업팀을
뒀던 회사는 동방페레그린증권외에 선경증권,장은증권등.

선경증권은 본점에 특수영업팀(팀원 6명)을 두고 있으며 동방페레그린은
특수영업팀에 대해 말이 많자 명칭을 영업5부로 개칭.

증권가에서는 이들 특수영업팀이 사채업자 빠찡코업자등 큰 손들의
투자자금을 전담,운용하는 역할을 수행해온 것으로 보는 눈길.

이 때문에 이번 노씨 비자금이 증시에 유입됐다면 이들이 창구로 활용
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것.

그러나 특수영업팀의 비자금 운용 소문에 대해서는 당해 회사들이
강하게 부인.

선경증권관계자는 "지난 4월 법인및 개인자산가 자금을 전문적으로
유치하기위해 신설한 뒤에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도 괜한
오해만 받아 해체를 검토중"이라고 밝혔고 동방페레증권은 "그같은
조직은 없다"며 과거에 있었던 사실조차 노출을 꺼리고 있는 모습.

한편 증권계에서는 "거액고객에 대한 지점차원의 특별 배려는 있겠지만
증시 속성상 본사 차원에서 비자금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유지할 실익은
결코 크지 않을것"이라고 지적.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