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예측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말은 많다.

"주가는 개구리 뜀뛰듯이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뛰어 달아날
지 알 수 없다"든지 "시세는 시세에게 물어봐라"는 등의 증권격언들은
모두 주가예측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전문가는 울고 아마추어가 웃는다는 속담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장단기 주가전망의 허망함에 울고 웃는 사람들은 오히려 증권전문가들이다.

더구나 한때의 "쪽집게"라 한들 언제나 백전 백승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을 운세 탓으로 돌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증권가의 점집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복점이라는 큰 시장에 처녀점 맹인점 주역점 신령점 동자점들이 있듯
증권가의 점집들도 내건 간판에 따라 엘리어트 파동점 기본적 분석점
그랜빌 법칙점 다우 이론점 8분 주가폭 거래량점등 허다한 종류들이 있다.

개중에는 꿩잡는게 매라는 식으로 자신만이 아는 독자적인 점괘를
개발해 한때의 시세를 노리는 무림의 야인들도 많다.

이들중엔 최첨단 컴퓨터까지 동원해 프로그램을 돌리고 또 돌리면서
찬란한 투자성과를 꿈꾸는 몽상가들도 있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주가예측 기법의 하나인 소위 기술적 분석이
도입된 것은 대략 70년대말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 분석이 도입된 것은 이보다 더늦은 80년대 중반께.

미국에서 최초의 기술적 분석이랄수 있는 엘리어트 파동이론이 나온 것이
지난 39년이었으니 거의 40년의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 수입된 셈이다.

70년대말 기술분석의 대가로 유명했던 엄도명씨는 몸담았던 대유증권을
떠나 사설투자자문사로 독립한지 이미 여러해가 지났고 기본적 분석력에다
특유의 영감으로 끊임없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심근섭씨는
대우경제연구소 전무로 아직 건재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수염을 휘날리는 원로들이다.

쪽집게로 알려진 대신증권의 이교원이사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증권강연회만도 이미 2,3백회에 이를 만큼 언제나 어디서나 서슴없이
점포를 펼치고 앉는다.

증권 강연회 만큼은 이미 입신의 경지에 오른 셈이다.

증권가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미래예측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풍운아들도 밀어닥치고 있다.

대개 80년대 중반이후 증권가에 합류한 신진 사류들은 기존의 이론외에도
미국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최첨단 이론등으로 무장한채 건곤일척,
한때의 승부를 기다리고 있다.

백전노장인 한진증권의 유인채 전무는 모든 것은 상식으로 통한다는
대도무성의 도를 터득하는 중이고 신영증권의 정종열 상무는 시세흐름을
꿰뚫는 혜안으로 "면도날"이라는 별칭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파란눈의 점쟁이까지 등장해 기본적 분석의 칼날을 곧추세운채
한국시장을 분석해 들어가고 있다.

쌍용투자증권의 스티브마빈이사는 자딘플레밍사 일본지점에 근무하다
스카웃 되어온 사람으로 경기흐름과 실물경제를 분석해 주가를 예측하는
부문에서는 추종을 불허하는 탁월성을 평가받고 있다.

증권가의 점쟁이들 가운데 종목개발의 천재들을 빠트릴수 없다.

이들은 말하자면 대학 시험에 붙는다 떨어진다가 아니라 어느 대학
무슨과에 지원해야 합격한다는 소위 구체성을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증권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부토건 주식은 약관 30대 초반의
증권사 직원 이상림이라는 사람이 개발해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증권감독원의 엉뚱안 조사에 걸려들어 증권 무림의 흑도로 분류되는
불명예를 졌지만 그의 날카로운 분석력은 역시 종목개발에서 최고도의
빛을 발한 케이스.

주가예측을 먹고사는 이들 전문가들은 그러나 두번중에 한번은 미끄럼을
타야하는 운명의 굴레에 쒸운 사람들일지 모른다.

아니면 전생에 무념무상의 도원을 거닐다 지상으로 내린 어느 고수의
화신일지도 모를일이다.

<정규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