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신사 임직원들의 얼굴을 보면 하나같이 일그러져있다.

증권산업개편으로 그동안 8개회사가 향유해왔던 과점시장이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경쟁시장으로 돌입하기때문이다.

특히 기존 투신사들은 실질적인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기전에 증권사들의
투신업 신규진입이 허용돼 가뜩이나 허약한 체질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6월말 현재 한국 대한 국민등 투신3사와 지방 5개투신사등
8개투신사의 자기자본은 4백22억원에 불과하다.

자본금이 모두 4천1백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3천6백78억원의 자본 잠식이
이뤄져있다.

이처럼 투신사 경영상황이 열악한 주요인은 정부의 지나친 증시개입이
빚어낸 결과이다.

지난 89년 12월말 증시부양책에 의거 투신사로 하여금 은행으로부터 빚을
얻어 주식을 매입하도록 한편 이후 빈번하게 이뤄진 주식매도중지 조치에서
비롯됐다.

이에따라 이날 현재까지 누적된 3대투신사의 차입금이 6조원에 이르며
5개지방투신사를 포함한 8개사의 차입금은 8조원에 달한다.

이자부담율은 연 10%정도이다.

연간 8천억원의 이자부담이 투신사의 목을 죄고있다.

이같은 이자부담외에 인건비등 제반 경비를 충당하기위해 3대투신사를
기준으로 수탁고가 사당 10조원이상 증가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계산됐다.

때문에 기존 시장 잠식이 예상되는 투신시장 신규진입 허용은 기존사들의
시급한 경영안정을 저해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투신사들은 경영난이 장기간 이어지면 대외공신력이 떨어져 종국에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증권산업개편안은 내년 하반기에 최소한 20여개사의 투신사 설립이
가능하도록돼있다.

투신사 난립에 따른 신탁재산 운용의 부실화도 우려되고있다.

더욱이 투신사가 증권사에 예속되면 강한 차단장치가 마련된다해도양사간의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있는 여지를 안고있다.

대국적인 견지에서는 경쟁력이 오히려 약해져 증권산업개편 목적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난립허용이 대형보다는 소형사의 설립을 유도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투신시장에서 국내 헤비급을 몰아내고 플라이급들로만 채워 헤비급인
외국투신과 맞서게하는 우를 범하고있다는 얘기다.

증권사의 투신진입허용과 함께 발표된 운용과 판매의 분리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일고있는 국제적인 신조류를 간과한 조치라고 보고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투신사가 직접 매각한 상품의 비중은 40%를 웃돌고있다.

지난 90년보다 12%포인트나 높은 비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커지고
있다고 투신사 한관계자가 밝혔다.

투신제도 도입과 더불어 투신사가 증권사의 자회사로 설립돼 일찌감치
운용과 판매가 분리된 일본의 경우 이번 개편애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서는 투신사와 증권사간의 이해상충문제가 빈번하게 야기돼왔으며
투신의 자금 시장 기여도도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일본 자금시장에서 투신이 점유하는 비중은 5.8%에
불과하다.

한국은 21.3%로 훨씬 높다.

운용과 판매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우리 투신사들의 설명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에서 최근 증권사의 투신사 예속이 건전한 금융산업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지적돼 운용과 판매를 통합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이밖에 현재 당일로 처리되고있는 수익증권 현금화를 위한 환매기간이
3일결제로 변경되면 투자자들이 두번씩이나 투신사를 방문해야하는 불편을
초래, 결국은 고객을 상실하며 투신기반이 무너지는 사태를 유발할 수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