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는 오너의 2세들뿐 아니라 많은 친인척도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있다.

이들은 임원 또는 직원으로 주요 업무를 맡고있는가하면 이름만걸어놓고
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너가 자수성가한 증권사에는 친인척들이 주요 포스트에 실질적으로
포진하고있는 경향이 강하고 대기업계열의 증권사에는 직위만 가지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양재봉회장이 이끄는 대신증권에는 친인척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차남인 양회문씨가 부회장을 맡고있는 외에 3남인 용호씨가 국제영업부장,
4남인 정현씨가 뉴욕사무소사원으로 일하고있다.

또 부사장인 이동표씨는 양회장의 조카사위이며 이번 주총에서 이사로
승진한 노정남씨는 양회장의 둘째사위로 국제분야를 책임지고있다.

이밖에 양회장의 맏사위인 나영호씨는 계열사인 대신경제연구소의
대표이사전무직을,네째사위인 이재원씨가 계열사인 대신정보통신의
이사로 근무하고있고 양회장의 큰 누나 아들인 최경국씨는 대신투자자문의
사장을 맡고있다.

모두 8명이 주요 직위에 앉아있는 셈이다.

개성상인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윤장섭회장의 유화증권에는 윤회장의
4남인 경립씨가 최근 전무로 승진했으며 윤회장의 동생인 윤대섭씨가
부회장을 맡고있다.

윤부회장은 형님인 윤회장과 함께 회사의 주요한 업무를 처리하고있는데
지분도 7.93%나 소유하고있다.

지성양회장의 신흥증권에는 3남인 형룡씨가 기획담당 이사를 맡고있는
외에 5남인 우룡씨가 일선지점에서 근무하고있다.

지회장은 모두 6남1녀를 두었는데 이들 두형제들에게 증권을 물려줄
구상인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이와함께 올해초 한일합섬그룹에서 분리 독립된 부국증권에는 김중원
한일합섬회장의 큰 누님의 남편인 이재우씨가 부회장으로,동아그룹계열의
동아증권에은 최원석그룹회장의 누님인 최은정씨가 고문으로 일하고있다.

5공시절 11,12대 국회의원(김해 양산지구)을 지내기도한 부국의
이재우부회장은 김중건회장이 주로 경남모직에 관여하고있는 관계로
부국증권을 사실상 책임지고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엔 제일증권에서 영입한 이철호사장에게 회사일을 거의
일임하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동아증권의 최은정 고문은 지난해 4월 주주총회에서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후 한달에 한번 정도 회사에 나올뿐이며 경영일선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이밖에 비상장회사인 건설증권에는 손홍원 대주주의 먼 친척인
김상수씨가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있다.

서울증권에는 이준용 대림그룹회장의 동생인 이부용씨가 이사로
등재돼있으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있다.

이처럼 증권회사에 오너의 친인척이 많은 것은 증권업의 발전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무래도 친인척이 많으면 일반 사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자칫하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이들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회사는 나름대로 예상되는 오류를 걸러낼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있다.

대신증권의 경우 사원을 공채로 선발하는 관행이 정착돼있고 친인척이라
하더라도 능력이 없으면 퇴진시키는 풍토라는게 주변의 얘기다.

기업 오너가 친인척을 주요포스트에 앉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능력과 인격만 갖추어져 있으면 그보다 좋은 대안이 없기때문이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