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27일 발표한 "증권시장안정화대책"은 무기력에 빠진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자생력을 회복시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근들어 주식시장의 환금성이 위협받고 있어 더이상 방치할 경우
주식시장의 근본이 흔들리수 있다는 판단아래 정부의 증시안정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이번 대책이 그동안의 대책과 달리 상당히 과감하다는 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우선 그동안 거론하기조차 꺼렸던 기관투자가의 순매수우위원칙을
15개월만에 다시 도입했다.

올해 주식공급물량도 당초계획보다 2조-4조원이나 줄어든 6조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세수문제로 터부시됐던 증권거래세율인하도 포함됐다.

제조업체와 중소기업에 대한 물량규제도 2년만에 되살아 났다.

오는96년4월 해산을 전제로 주식매입을 중단했던 증시안정기금의 주식
매입도 재개키로 했다.

지난2월과 4월 2차례에 걸친 대책과는 달리 과감한 수단들이 동원된
것이다.

재경원이 증시대책을 이같이 강하게 시행하는 것은 주식시장이 올들
어 자생력을 상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종합주가지수가 최근 6개월간 2백88포인트(25%)나 하락하고 지
난해 7천7백63억원에 달했던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올해는 4천5백억원으로
42% 줄었다.

증시의 바로미터겪인 고객예탁금도 1조9천8백억원으로 지난해 11월8일의
3조6천9백억원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따라 기업공개나 유상증자등을 통해 필요자금을 끌어쓰려던 기업의
자금조달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22일엔 하루 거래량이 1천1백84만1천주로 올해 최저치를 기
록했다.

주식시장의 환금성마저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같이 무기력한 주식시장을 방치할 경우 자생력을 잃어 회생불능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군중심리가 작용하는 주식시장에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
해 정부의 안정화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증시개입에 대해 곱지않은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증시자생력을 되살리기 위해선 정부개입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증시자율성을 상당부분 후퇴시켰다는 점에서다.

우선 순매수우위원칙은 기관투자가의 자산운용자율성을 크게 제약할 게
분명하다.

지난92년8월 증시안정의 마지노선으로 도입됐다가 지난해2월 폐지됐었는
데 또다시 옭아매게 된 것이다.

일반기업에 대한 공개.유상증자에 대한 물량조절로 값싼 자금조달이 어려
워지게 됐다.

금융시장개방및 산업개편을 앞두고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증자자체가 동결됐다.

보기에 따라선 증시안정을 위한 비용이 너무 크다고 할수 있는 셈이다.

이번 대책을 계기로 정부가 증시안정이란 덫에 걸릴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89년 "12.12대책"이후 잇단 증시안정대책으로 경제.금융정책 운용에
제한을 겪었던 과오가 되풀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다.

연원영 재경원금융심의관은 이를 의식,"추가 부양조치는 없다"고 못박고
있으나 향후 증시상황에 따라선 추가대책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셈이다.

이번 대책이 증안기금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순매수우위원칙
을 동시에 시행함에 따라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은 것은 사
실이나 예상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엔 "12.12망령"이 정부를 괴
롭힐 것이란 얘기다.

<홍찬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