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채 <한진투자증권 전무이사>

장기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 장세에서 가장 큰 시장요인의 하나는
역시 며칠 전 발표된 부양책을 포함한 당국의 정책방향이다.

또 다른 하나는 서서히 본격적으로 부상될 시점에 있는 6월의 지자체
선거이다.

일반적으로 선거가 경제전반에 특정한 내용의 파급효과를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경제에서 선거는 가계나 기업으로 치면 큰 소비성 잔치나 행사와
같은 것이다.

한 가정이나 회사가 행사를 치를 때마다 씀씀이나 후유증이 경우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나듯 선거를 치르는 국민경제의 모양새도 당시
경기국면에 따라 상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80년 이후 여덟번의 전국적 선거를 토대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산업생산,수출,설비투자,고용 등 몇몇 거시지표가 다소 감소세를
나타내며 물가는 심리적 요인으로 선거전에 상승하는 경향을 흐릿하게
나마 찾아 볼수는 있다.

또 이에 따라 성장률도 선거기간 중에는 소폭 하락하다 선거이후에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반되는 결과도
많이 발견된다.

크게 유의할 만한 경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선거가 경제부문에 미치는 뚜렷한 영향은 금융시장 특히
총통화의 구성변화에서 찾아야겠다.

금번 선거에서는 총 5,671명을 선출하게 되는데 지난번 선거의
2.5대1 보다 과열양상이 빚어져 4~5대1의 경쟁률을 보인다고 가정할
경우 법정선거자금만 해도 4,000억~5,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실제로 얼마가 더추가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이것이
자금시장의 큰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면 선거기간동안 총통화증가율의 주목할만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선거자금의 현금화로 인해 현금통화가
급격히 증가하는 총통화 구성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다.

결제성 선거자금의 집중수요는 기업의 대출증가율을 떨어뜨릴 것이고
일시적으로 금리상승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자금시장의 장단기부문간 불균형은 선거가 있는달에 가장
집중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에따라 시중자금 측면에서 접근할 때의 주식시장은 수급상황이
양호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올들어 주가가 경기가 좋으면 과열우려감,과열의 징후가
보이면 경착륙( hard landing )우려감등 실물경제의 어두운 측면만을
과도하게 반영하여 왔던 터이고,선거가 몰고올 유동성 압박효과도
시장이 기관중심화,효율화되면서 상당기간에 걸쳐 이미 분산되어
미리 반영되어 왔다고 보여진다.

더욱이 지난번 발표된 증시안정대책을 시작으로 선거지표로서의 증시에
대한 당국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표현되리라 예상돼 선거전까지 증시에의
자금유입이 극히 제한된다 하더라도 우려할만한 상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이 오기전 초조한 기다림의 시간이 길더라도 막상 태풍의 눈이
지나간후의 쾌청하게 갠 하늘은 순식간에 열리는 법이다.

마침 지자체선거직후는 6월반기결산 시점이다.

호황을 구가하는 실적호전종목에 대한 저가매수 시점은 증시외적
여건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는 때라는데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