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는 "정보의 생성지라기 보다는 저수지"이다.

이저수지로 끊임없이 흘러드는 정보가운데 확신을 가질수 있는 것은
매우 적다.

대어를 낚을 때도 있지만 빈 소쿠리로 만족해야하는 때가 더 많다.

잔챙이 송사리를 잡아들고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 그지
없다.

웬만한 정보가 아니면 윗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이다.

고급정보는 윗선에서 흐를 때가 많다.

은밀하게 흐르는 정보의 속성때문이라고나 해야할까.

꽤 큰 고기(정보)라고 생각하고 내놓을라 치면 "그것도 정보냐"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공들여 수집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될 때는 엉뚱한데가서
놀다가 쓸데없는 것만 줄어오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괴로울 때도
많다.

D증권 K과장의 쓰라린 경험담.

"하루는 C산업 부도설을 접했어요. 시간을 다투는 사안이라 확인절차
없이 단말기에 바로 입력했지요. 터무니 없는 악성루머를 퍼뜨렸다는
혐의로 C산업측이 고소를 하더군요. 최고경영자가 삼고초려하면서
백배사죄한 끝에 무마는 됐지만 눈알이 쏙 빠질 정도로 꾸중을 들었지요"

허위정보나 가르켜 준다는 지점의 항의를 받을 수 있는 소지도 많다.

"분석을 통해 정확성을 추구하자니 신속성이 떨어지고,그렇다고
무턱대고 확인안된 풍문을 유포할 수도 없고" 진퇴양난의 결단을
요구하는 때가 비일비재하다는게 O증권 J과장의 하소연이다.

정보맨 활동을 오래하다 보면 사람들이 솔깃해하는 정보를 찾고자
하는 동물적인 감각만 남게된다는 고백도 많다.

"업종분석을 맡은 같은 부 동료와 같이 기업탐방을 간 경우가 많습니다.
동료는 영업실적이나 재무구조등을 우선적으로 알려고 달려들지만 제
관심사는 다른 데에 가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식당분위기는 화목한지,
엘리베이터는 깨끗한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시각은 어떤 것인지
등이지요"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면을 보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는 L증권 G대리의 설명이다.

5공때 S증권 K과장이 해왔던 정보업무는 분명 정보맨들을 슬프게
하는 단면이다.

"언로가 막힌때라 회사 높은 분들은 감춰진 뒷얘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마도 골프장의 화제거리용으로 추측됩니다. 그럴때면
지저분한 얘기나 수집하려고 이 생활을 시작했나하는 좌절감도 들지요"

악성루머에 대한 단속이라도 있을 때면 "술래없는 술래잡기"를
하염없이 해야 한다.

정보맨들을 특히 슬프게 하는 때는 인사고과철. 결실이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하다보니 영업사원들보다 뒤처지는 고가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얘기다.

정보맨들이 임원들이란 사람들을 "필요할때는 다정하지만 경력인정에는
인색한 분들"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라는 지적이
많다.

정보계통에는 아직도 한국적인 정서가 통용된다는 사실도 정보맨들을
슬프게 하는 것중 하나다.

상대로부터 마음속의 얘기라도 들을라 치면 술이 들어가야 가능하고
그로 인해 축나는 것은 사재와 몸.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정보맨들의 수명은 짧을 수 밖에 없다.

오래동안 공을 들여 비선을 구축해야 일다운 일이 가능한 정보맨들.

이런 상황에서 정통 포로페셔널 정보맨들이 앞으로 얼마나 배출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