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이론의 새 지평선을 연 모디그리아니 교수와 밀러 교수 (MM)는
"이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러한가.

MM의 믿음은 다소 희망적이고도 규범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작전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부광약품사건을 다뤄온 수사관들에게 "이
세상에 과연 공짜점심이 없느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공짜점심을 향한 행렬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고 그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수사관들은 부광사건이전의 작전들은 그야말로 "소꿉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짜점심을 챙기기 위한 작전이 크건 작건간에 그 시작은
정보에서 부터 비롯되고 그 중에서도 "내부자 정보"는 공짜점심의
핵이라고 할 수 있다.

부광약품의 김동연부회장이 아스파라톤이라는 신약특허취득을 공시
(작년11월18일)하기 이전에 8만6천주를 사들인 점은 아직도 의혹을
살만한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

현재 증권감독원에선 이부분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작전세력과 연루된 내부자거래 적발 사례는
없었다.

다들 시세조종과는 무관한 단순 내부자거래였다는 얘기다.

(주)남양의 대주주인 홍순기회장이 법정관리신청(작년6월11일)을
공시하기 직전인 작년5월말께 6천여주를 매각한 경우도 같은 케이스.

경영악화로 법정관리신청이 불가피한 줄 알면서도 회사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일반투자자들보다 한발 앞서 매각대금을 챙겼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93년엔 수도약품의 윤영래이사가 회사의 유.무상증자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이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여 약5천만원의
단기매매차익을 챙겼다.

증권감독원은 이를 들추어 검찰에 고발하였고 매매차익금은 회사에
반납토록 했다.

"공짜점심"을 토해 낸 것이다.

아울러 윤이사로부터 얻은정보를 활용 20만주의 거래를 성사시킨
신설D증권 송파지점의 P사원도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비록 사정당국에 적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작전세력들의 대주주연계는
증권가의 상식으로 통한다.

증권거래소의 정보담당 J 대리도 "대주주등이 꾸준히 내부정보를
흘려주거나 일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호재성자료를 제공해주지 않고선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내부정보를 밑거름삼는 작전세력들은 적당한 시기를 노려 일정한
정보나 풍문을 시장에 흘리는 수법을 쓴다.

사설자문업체의 자동응답장치(ARS)를 활용하거나 증권사 영업정보팀을
동원하게 된다.

때로는 소문난 펀드매니저의 이름을 들추어 가며 매집설이나 실적호전설을
흘리기도 하고 고의로 부도설을 퍼뜨려 싼값에 매집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이에대한 반대급부로 대주주들은 보다 좋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수있는
기회를 잡는다.

심지어 작전세력들이 대량주식매입을 통한 기업매수합병(M&A)카드를
제시해가며 대주주와 흥정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대주주의 주식매도자금 활용과 관련한 작전으로는 D섬유와
D유량등이 지목되고 있다.

삼익악기의 이석재회장은 작년4월과5월사이 CB발행가 유지를 위해
25회에 걸쳐 3만5천주를 사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