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1차한도확대를 불과 3일 남겨두고 주식시장이 폭풍전야를 연상시킬
만큼 차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5일 2%한도확대가 발표된 직후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유입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를 타던 국내주식시장은 한도확대시행이 다가오면서는
오히려 내리 7일간 하강곡선을 그렸다.

한도확대로 국내주식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던 외국인투자자들은 계속
보유주식을 내다팔고 있고 새로 주식매입을 위해 국내에 들어올 것이라던
외국인투자자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국내투자자들도 외국인한도확대를 이용, 주가차익을 미리 챙기려던 선취매
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도확대가 시행된 후 외국인투자자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만 더해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금의 국내유입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증권사의 관계자들은
해외에서 국내증시를 좋게 보고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한도가 확대되더라도 외국자금이 당장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도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이들은 12월에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더라도 20~30개종목에만 집중하고
올해에는 손을 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조정장세도 외국인투자자들을 한국증시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슈로더증권서울지점의 윤여진박사는 "외국인투자자들도 장세의 흐름을
탄다"고 전제, "한도확대직후 급상승을 보였던 주식시장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데 대해 외국인투자자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고 전한다.

"한도확대예고기간이 너무 길어 장세변동이 심했고 10월에 취했어야 한
정부의 금융긴축정책이 11월에 나와 타이밍상 증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윤박사의 분석이다.

최근 미FRB(연준리)가 예상보다 큰 폭(0.75%포인트)으로 인상한 것도
국제적으로 투자자금을 배정(포트폴리오)하는 외국인들의 관심이 주식시장
보다는 채권시장으로 돌리고 있다.

베어링증권서울지점의 오연석부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세계증시가
동반하락세를 그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증시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도확대를 앞두고 외국펀드매니저들의 방한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부장은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식은 것이 아니다"면서
"최근 외국펀드매니저들이 투자유망종목을 찾기 위해 직접 서울에 와 기업
방문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코리아유러펀드(KEF)를 관리하고 있는 피터 어빙은 지난주내내
한국기업을 방문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가 방문한 기업들은 극동건설 경남기업 해태제과 한일이화 창원기화기등
이었다.

현재 국내에 들어 온 외국자금은 미국 유럽 일본계와 함께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계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계는 미국내법과 사내규약등이 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증시의 위탁
증거금제도때문에 주로 유럽이나 아시아를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해 왔다.

윤박사는 "미국계펀드들이 최근 위탁증거금을 예치할 수 있도록 관련내규
까지 고쳐 한국증시투자에 나서겠다는 적극성을 띄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2%한도확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큰손중의 큰손인 미국계자금에는
껌값정도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 한계라면 한계지만 미국계자금의 국제포트
폴리오상 한국증시투자비중이 아직 낮아 이번에 많이 들어 올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계자금과는 달리 영국등 유럽계자금은 국내투자환경의 걸림돌(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드나들고 있으나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비중이
이미 적정선을 넘고 있어 신규유입은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일본자금이 꿈틀거리고 있다.

다이와증권서울지점의 장희순부지점장은 "금주초에 일본계자금이 구좌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다.

그러나 일본계자금의 본격적인 유입은 내년 중반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국내의 세금문제, 한국정부의 일본계자금에 대한 규제등이 제약요인
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이와증권계열인 다이와투자신탁홍콩자회사의 아키야마사장은 "이같은
제약때문에 일본계자금이 해외에서 한국기업의 전환사채(CB)를 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해 일본계자금의 한국증시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간접적
으로 설명했다.

최근 미국금리인상으로 타격을 받은 아시아증시로부터 아시아계자금이
한국증시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증시가 활황이 예상되고 아직 주가수준이 다른 아시아증시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적지 않은 투자수익(profit-taking)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외국자금의 새로운 움직임과 함께 국내에 이미 들어 와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최근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도확대이후 매도세를 지키고 있는 외국인들은 일부를 다른 종목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대부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도확대후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이기보다는 확보된 현금으로 관심종목을
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이 그동안 매각한 종목은 이미 충분한 투자수익이 확보된 고가
우량주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대신 간간히 매수를 하고 있는 중가대형주와 우선주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이와증권의 장부지점장은 외국인들이 EPS(주당순이익) PER(주가수익비율)
유동성(대형주)을 종목선정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근거로 외국증권사관계자들이 한도확대이후 외국인들이 살 종목으로
이동통신 현대자동차 대우중공업 삼성전자 조흥은행 제일은행 신세계 금강
금성사 대한항공 럭키등과 우량기업의 우선주들을 꼽고 있다.

<이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