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중심지,뉴욕 월가의 증권거래소에 한국기업으로는
최초로 포항제철의 주식이 14일 상장된데 이어 24일에는 한국전력주식이
상장될 예정이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한국기업 위상이 한껏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번 포철의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은 그 시기가 적절한 것으로
이곳 월가가에서는 받아 들이고 있다.

먼저 미국과 한국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된 주식은 두나라 경기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해부터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미국경기는 올들어서는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서 있다.

최근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 8월의 경기선행지수는 102.1로 지난
48년 이 지수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도 연간 8%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등 확장국면에 들어서
주식시장의 활황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두 나라의 경기호조는 우리 기업의 주가에 더없는 호재가
될게 뻔하다.

뉴욕 상장주식은 한국 주가의 영향을 70~80%,미국주가의 영향을
20~30%정도 받을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 소니사의 주가를 보면 도쿄보다는 뉴욕 프랑크푸르트 파리
런던등지의 증권시장에서 오히려 높게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국의 경기 상황보다는 상장된 나라의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한 예이다.

미국 경기상승과 함께 증시의 꾸준한 상승세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연초 다우존스공업지수기준으로 3천7백50의 개장지수가 4월초에는
3천5백50까지 떨어졌으나 그이후 계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지금은
3천8백70에 육박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침체시키는 금리인상이 올들어 5번이나 있었고,11월중으로
예상되는 또 한차례의 금리인상을 감안하면 이같은 주가수준은 상당히
긍정적인 것이다.

증시에 유입되는 돈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단기금리에 이어 장기금리도 큰폭의 상승세를 보이자 채권수익률이
급등하면서 거래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

이 돈이 증권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또 금 은등 상품가격이 오르면서 여기에 투입됐던 자금도 증시에
되돌아 오고 있다.

매달 80억~1백억달러가 신규로 증시에 들어오고 있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특히 미국의 펀드 메니저들이 해외투자증권에 큰 관심을 갖는 것도
포철로서는 호재가 아닐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올 상반기에만도 중국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호주는 물론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총 1백10개기업이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중 선두주자인데다 이번에 상장되는
회사들이 세계적 규모라는 점에서 상장이 되기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모아왔던게 사실이다.

포철이 로드 쇼를 벌인 샌프란시스코 볼티모어 미니애폴리스 보스턴
뉴욕등지의 열기에서 그 관심도를 엿볼수 있다.

기관투자가들과의 투자상담에서도 떳떳히 상품을 소개할수 있었다는게
포철 자금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하나는 한국의 주가수준이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는데다 회사의 수익률이 크게 신장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외에 우리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외국인투자한도 개방도 한국주식의
매수심리를 크게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상장되는 포철 한전이외에도 삼성전자 금성사 쌍용양회등
9개 회사가 뉴욕증시의 상장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이제 한국기업들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외국 1백60개사의
대열에 서서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우리 기업의 성가를 높여갈 것으로
기대된다.

[ 뉴욕=박영배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