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스타일' 공연 의상에 獨경찰 '혐오 조장' 혐의 조사
워터스 "파시즘 비판하는 의미, 이전에도 계속 입던 것" 반박
핑크플로이드 워터스, 공연 중 "난 반유대주의자 아냐" 눈물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창립 멤버인 로저 워터스가 독일서 공연하던 도중 '반(反) 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을 부인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워터스는 지난 28일 프랑크푸르트의 대형 공연장 페스탈레에서 진행한 공연에서 공연 의상을 둘러싼 논란 등 최근 언론 보도를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반 유대주의자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이크에 대고 "나는 (반 유대주의자가) 아닙니다"라고 반복적으로 소리치고는 울음을 터뜨린 것처럼 보였다고 독일 매체들은 전했다.

워터스는 이후 약 30분 동안 공연을 이어가지 못했으며 도중에 손수건을 건네받기도 했다.

이날 프랑크푸르트 공연은 워터스의 월드투어 '디스 이즈 낫 어 드릴'(This Is Not a Drill) 중 독일에서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워터스의 독일 공연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한 그의 발언과 나치 친위대를 연상시키는 무대 의상 등이 맞물려 반유대주의 논란 속에 진행됐다.

전석 매진된 이날 공연장 밖에서는 워터스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항의했다.

공연장 안에서도 일부 관객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주변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중 한명은 공연장 밖으로 내쫓기기도 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핑크플로이드 워터스, 공연 중 "난 반유대주의자 아냐" 눈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워터스는 지난 17일 베를린 공연 때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붉은색 완장을 팔에 두른 것과 관련해 베를린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베를린 경찰 대변인은 해당 의상이 "나치 통치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해 대중의 혐오를 조장한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상은 핑크플로이드의 대표적 명반 '더 월(The Wall)'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1982년 작 동명 영화의 주인공 '핑크 핑커턴'의 복장이다.

가수인 핑크는 영화 말미에 환각 상태로 무대에 올라 파시스트 독재자처럼 관중을 선동하는데 경례, 깃발, 제복, 엠블럼, 연설 등에서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런 설정은 공연에도 등장한다.

워터스는 베를린 경찰의 수사 방침에 대해 지난 26일 소셜미디어에 성명을 올리고 "논란이 된 내 공연의 요소들은 모든 형태의 파시즘과 부당함, 편견에 반대하는 의미"라며 "이를 다른 것으로 몰아가려는 시도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정신 나간 파시스트 선동가에 대한 묘사는 1980년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이후 내 공연의 특징이었다"면서 "내 부모는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와 싸웠고 아버지는 전사했다"고 덧붙였다.

워터스는 다만 프랑크푸르트 공연에서는 '파시스트 선동가 의상'을 착용하지 않았다.

그는 관객들에게 공연장인 페스탈레가 나치 시절 강제 수용소로 보내질 유대인들의 집결지로 사용된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워터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인종차별', '인종 청소'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하지만 독일 공연을 앞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 2월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쾰른 등 지역의 당국이 워터스의 공연을 취소하려 시도했다.

워터스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해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워터스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폴란드 크라쿠프시에서 워터스의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