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형 감독 신작…'목두기 비디오' 이후 20년 만의 후속작
출연 배우도 "헛것 보였다" 공포감 토로…영화 '마루이 비디오'
2003년 한국판 '페이크 다큐'물로 호평받았던 단편영화 '목두기 비디오'가 한층 음습한 매력을 안고서 장편으로 돌아왔다.

윤준형 감독이 연출한 '목두기 비디오'(이하 목두기)는 묻혀있던 끔찍한 사건 영상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진실을 좇아가는 취재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호러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윤 감독은 20년 만에 내놓은 후속작 '마루이 비디오'에서 전작의 서사구조를 흡사하게 이어가면서도 오컬트적인 색채를 강렬하게 부여했다.

1992년 부산의 동성장 여관에서는 남자 투숙객이 함께 묵었던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일이 발생한다.

당시 살해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검찰청 지하 자료실에 보관돼 있다는 소문을 들은 김수찬 PD는 테이프의 실체를 담은 다큐를 제작하기 위해 취재에 착수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관 주인이 과거 일가족 살인사건이 났던 아미동 한 주택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접하게 되고, 취재 무대를 흉가나 다름없이 변해버린 아미동 주택 내부로 옮겨간다.

대낮에도 귀신이 나올법한 폐가에서 취재팀은 동성장 여관과 아미동 주택 살인사건 사이의 고리를 찾으려 하지만 오히려 예기치 못한 일과 마주한다.

영화는 '마루이 비디오'를 사건 현장을 촬영한 영상 중 수위가 높아 외부 유출이 금지된 비디오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테이프의 존재와 행방을 찾아가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품은 전작과 닮아있는 듯하지만, 전작 이상의 공포감을 선사하고자 현실감을 배가하는 방법을 택했다.

극중 취재팀은 두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인터뷰에 응하는 이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로 묘사된다.

이들은 실제 사건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은 듯 태연하게 기억을 끄집어내 구술한다.

출연 배우도 "헛것 보였다" 공포감 토로…영화 '마루이 비디오'
하지만 이들은 지역 한 연기학원에 연기를 배우러 온 이들로, 모두 제작진이 섭외한 사람들이다.

전문 배우는 할 수 없는 서툰 듯한 연기가 일상 속 인물과 겹쳐지며 작품의 사실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 과장된 공포감을 거둬내고자 영화 속에 등장하는 폐가나 서낭당을 별도 세트로 제작하는 대신 발품을 팔아 찾아내고 섭외했다.

윤준형 감독은 15일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영화가 진짜처럼 보이느냐, 가짜처럼 보이느냐가 '파운드 푸티지'(페이크 다큐)의 관건"이라며 "현실감을 그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윤 감독은 전작과 이번 영화의 서사구조가 비슷하다는 말에 "20년 전 치기 어린 영화학도가 만든 작품을 많이 사랑해주셨지만, 저에게는 숙제가 있었던 거 같다"며 "목두기하고 많이 닮았지만 확장해서 숙제를 끝내듯 만들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작품에는 최근 공포 영화 '세이레', 액션물 '유령'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서현우가 취재팀을 책임지는 김수찬 PD로 분한다.

그와 함께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는 조민경이 맡았다.

두 배우는 간담회에서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 헛것이 보일 정도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서현우는 "보디캠을 달고서 혼자 들어가서 사진들을 둘러보는 장면이 있는데 헛것이 보일 정도로 무서웠다"면서 "실제적인 경험을 하는 것처럼 무서웠고, 소름이 돋았던 순간"이라고 오싹했던 당시 느낌을 전했다.

조민경도 "촬영하러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숙소에 묵게 됐는데 불을 꺼놓은 적이 없고, 절대 거울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태에서 취침했던 거 같다"며 "촬영 과정에서 혼자 있었던 시간이 있는데, 그때가 굉장히 길고 가장 큰 공포를 느꼈던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22일 개봉. 87분.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