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기획사 이모저모 담은 신간 출간…"K팝에서도 자본시장 이해 필수"
RBW 김진우 대표 "K팝 기획사 양극화 심화…미주 진출이 화두"
"코로나19 시대 K팝 시장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엔데믹이 오고서는 매출은 늘었지만 (돈을) 버는 회사만 벌고 있어요.

"
K팝 연예 기획사 RBW의 김진우 대표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K팝 기획사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며 이렇게 진단했다.

RBW는 2014년 데뷔해 큰 성공을 거둔 걸그룹 마마무를 비롯해 그룹 원어스, 걸그룹 퍼플키스 등이 몸담은 중견 기획사다.

작년에 오마이걸 등이 속한 W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올해는 카라·카드 등이 있는 DSP까지 사들이면서 '체급'을 키웠다.

지난해 11월에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아이돌 그룹 제작과 기획사 운영 경험을 살려 '엔터테인먼트사의 25가지 업무 비밀'이라는 책을 최근 출간했다.

K팝 성공 요인을 분석한 책은 많았지만, 엔터테인먼트사의 이모저모를 실무자의 시각에서 써 내려간 책은 드물기에 관심을 모았다.

김 대표는 "예전 내수 시장만 겨냥했을 때는 어느 정도 비용의 '한계선'이 있었다"며 "그러나 요즘처럼 할리우드와 경쟁하려면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작 단가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과거 콘텐츠 제작에 5천만원이 소요됐다면 요즘은 3억원, 5억원을 들여도 눈에 그렇게 띄지도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다 보니 양극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작은 회사는 끼리끼리 연합하거나 큰 회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즘은 H.O.T.로 대표되는 1세대, 소녀시대·원더걸스·카라가 활약한 2세대, 방탄소년단·엑소가 시장 지평을 넓힌 3세대에 이어 4세대 아이돌이 꽃피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4세대 아이돌에게 필요한 소양을 묻자 "1세대 때는 탤런트(타고난 재능) 위주로 하니 노래 실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나왔고, 이에 2세대 때는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켰다"며 "4세대는 재능, 트레이닝, 전달하는 메시지와 스토리까지 모두가 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가수가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가 교육할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있다"며 "음반 활동을 위해 콘셉트를 정하면서 가수와 기획사와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지 메시지까지 각본처럼 정해버리면 오히려 어색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을 4세대 아이돌의 또 다른 특징으로 규정했다.

RBW 김진우 대표 "K팝 기획사 양극화 심화…미주 진출이 화두"
김 대표는 "일본은 이미 너무 많은 진출과 교류가 이뤄졌기에 나름 정형화된 패턴이 생겨났다"며 "지금은 북미와 중남미 등 아메리카 대륙을 상대로 한 효과적인 마케팅이 시장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이어 "K팝은 할리우드 팝 음악을 우리 성향에 맞게 믹스한 것이므로 미국이 원조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 시장에서 '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시장은 매출 단가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팝의 본류' 미국 시장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 것도 사실이고, 이를 뚫고 성공을 거둔 방탄소년단(BTS)이 다른 회사 소속이기는 하지만 큰일을 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저서는 '원석'을 발굴하는 신인 육성에서부터 A&R(Artists and Repertoire), 기획 제작,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팬 관리, 인사 및 경영지원에 이르기까지 직무별로 기획사의 업무를 자세히 소개한다.

회사의 핵심 자산인 가수 역시 인간이므로 세밀한 소통이 필요한 점이 일반 회사와의 가장 큰 차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특히 감수성이 무척이나 예민한 가수를 상대하기에 더욱 그렇다고 한다.

김 대표는 "결국 가수도 사람이다 보니 에너지 넘치는 젊은 나이에는 감정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어 돌발 사건도 종종 빚어진다"며 "그런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잔소리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티스트 매니지먼트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K팝 시장이 성장하면서 호기심 혹은 '팬심'에 이끌려 기획사의 문을 노크하는 이들도 왕왕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고 책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신보 발매가 임박해 밤새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이 진행되는 기간이라면 주 5일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 시간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전문성 있는 스태프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 회사 색깔을 유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K팝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 겸사겸사 이러한 책을 쓰게 됐다"며 "현실적으로는 탄력 근무제 등을 활용해 스태프를 다독이면서 함께 가는 길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RBW 김진우 대표 "K팝 기획사 양극화 심화…미주 진출이 화두"
RBW는 마마무 등 소속 가수의 매니지먼트 뿐만 아니라 외부 기획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음악 제작 대행 사업을 하면서 '대박'을 터뜨리지 않는 시기라도 기본적인 매출 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김 대표는 "이러한 안정적인 사업과 성장의 상한선이 없는 큰 매니지먼트 사업을 적절히 섞어온 것이 RBW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이제는 매니저 한 명이 작곡가 한 명을 잘 섭외한다고 성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자본 시장에 대한 이해와 같은 경영 마인드는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아이돌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에 대한 찬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프로 가수로 데뷔하는 친구들은 모두 굉장한 야망가에요.

젊은 날 욕망을 짓누르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회사의 파트너들이죠. 그런 과정을 거쳐 데뷔하는 이들을 보면 대견하고 멋있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