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집 '히어 위 고' LP 발매…"우리 음악은 아날로그 감성"
그룹 빛과소금 "음악은 상처 입은 사람 위한 진통제"
"메마른 대지에 촉촉한 비가 내려 갈라짐을 메워주는 것처럼, 좋은 음악은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을 위한 진통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식)
1990년대 한국 퓨전 재즈의 서막을 연 그룹 빛과소금(장기호, 박성식)은 6집 '히어 위 고'(Here We Go) 수록곡 '비 오는 숲'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15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청음회에서 빛과소금은 "우리 음악을 따뜻하게 표현해준다는 점에서 LP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잘 맞는 것 같다"며 6집을 LP 버전으로 다시 발매한 소감을 밝혔다.

'샴푸의 요정',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떠난 뒤' 등의 곡으로 마니아들에게 사랑받았던 빛과소금은 올해 5월 26년 만에 내놓은 6집을 16일 LP버전으로 다시 발매한다.

LP 버전으로 탈바꿈한 '히어 위 고'의 재킷은 그라피티(공공장소 낙서)가 강조됐던 CD 버전과는 달리 그룹명인 빛(하늘)과 소금(바다)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이미지로 재단장했다.

청음회 첫 번째 순서는 6집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블루 스카이'(Blue Sky)의 영어 버전 곡이었다.

'블루 스카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느낀 답답함을 털어버리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턴테이블에서 LP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빛과소금의 연주가 청음회장을 청량하게 물들였다.

청음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푸른 음악에 흠뻑 젖어 들었다.

장기호는 '블루 스카이'에 대해 "한국 사람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얕은 생각을 가지고 영어로 가사를 썼다"며 웃었다.

그룹 빛과소금 "음악은 상처 입은 사람 위한 진통제"
이어진 곡은 박성식이 작사·작곡을 맡고 노래까지 부른 '오늘까지만'이었다.

'오늘까지만'은 '오늘까지만 제발 안 아픈 척이라도 하게/ 오늘까지만 부탁해요 내 곁에 있어요 제발'이란 노랫말로 진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박성식은 "(자신이 작사와 편곡을 한)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부터 제가 만들어온 사랑 노래의 주인공은 단 한 사람"이라고 고백했다.

"그녀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져 가지만 그래도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이 기억을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 그때 그 감성을 담아서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박성식)
이어 장기호가 자신의 인도 봉사활동 경험을 녹여낸 '필라마네'와 CCM(복음성가) '우리 모두에게', '비오는 숲' 등의 수록곡들이 이어졌다.

이날 청음회에는 가요계 원로인 신촌블루스 엄인호, 밴드 사랑과평화 이철호, 밴드 블랙홀 주상균도 참석해 빛과소금에게 축하를 건넸다.

청음이 끝난 후 이철호는 "빛과소금이 자신들의 음악 속에서 삶을 표현한 것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엄인호는 "나와 음악적 장르가 다르다 보니 '이 행사가 언제 끝나나' 고민했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농담을 던진 후 "감상하기에 아주 좋은 곡들이라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빛과소금은 6집의 LP 발매 이후 기념 공연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6집이 나오기까지는 26년이 걸렸지만, 다음 음반은 이보다는 빨리 나올 것이라고 했다.

"새 음반이 또 20년 넘게 걸리면 안 되죠. 저희 나이도 이제 환갑이 넘어서 누가 먼저 쓰러질지 모르니까요.

하하"(박성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