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투 서울·라이스보이 슬립스·LA 주류 가게의 아메리칸 드림
한국인 이민자 조명한 영화 세 편,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한인(韓人)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세 편을 선보였다.

데비 슈 감독의 '리턴 투 서울', 앤서니 심 감독의 '라이스보이 슬립스', 엄소연 감독의 'LA 주류 가게의 아메리칸 드림'은 각각 아시아영화의 창, 플래시 포워드,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다.

이들 작품에는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개인적 경험과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이 녹아있다.

'리턴 투 서울'과 '라이스보이 슬립스' 감독과 주연 배우들은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토크를 통해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비 슈 감독은 전날 행사에서 "이 작품은 보편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모두가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스스로) 던질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한국계 캐나다인 앤서니 심 감독은 "아시아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이제부터 더 많은 것이고 많아야 한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입양아, 친부모를 만나다…'리턴 투 서울'
한국인 이민자 조명한 영화 세 편,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다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됐던 프레디(박민서 분)가 자신의 친부모를 찾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이기도 하다.

일본 여행을 가려던 프레디는 태풍으로 인한 항공편 변경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게스트하우스 직원 덕에 알게 된 입양아동센터를 통해 연희라는 한국 이름을, 또 친아버지(오광록)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을 알지 못하는 입양아 프레디가 자신의 뿌리를 찾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의 위기와 충돌, 갈등과 성장을 그린다.

데비 슈 감독은 실제 친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했다.

그는 2011년 친구가 생부와 그 가족을 만나는 곳에 동행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영화를 통해 찢어진 관계가 다시 연결되는 복잡한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엄마와 아들의 뿌리 찾기…'라이스보이 슬립스'
한국인 이민자 조명한 영화 세 편,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다
1990년대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한인 가족을 그렸다.

미혼모의 아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에 캐나다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소영(황승윤)과 아들 동현(이선 황)은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다.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소영, 노란 머리와 파란색 렌즈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우며 살아야 했던 동현은 한국에서 진정한 고향과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

'제2의 미나리'라는 수식어를 얻은 이 작품은 8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떠난 앤서니 심 감독의 경험이 녹아있다.

감독은 '라이스보이'라는 표현에 대해 "영화 속 동현이는 라이스 보이라고 놀림받는다.

나쁜 뜻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와서 쌀농사를 하는 할아버지, 작은아버지를 만나며 정체성이 깨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 한인들의 세대 갈등 조명한 'LA 주류 가게의 아메리칸 드림'
한국인 이민자 조명한 영화 세 편,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다
미국에서 주류 상점을 하는 한인들과 그의 자녀들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20년 동안 주류 상점을 운영한 엄해섭 씨의 딸인 감독은 자신을 '리큐어 베이비'(LIQUOR BABY)라 칭한다.

영화는 1992년 벌어졌던 'LA 폭동'을 중심으로 미국의 유색인종 지역에서 주류 상점을 운영하는 한인들의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더 나아가 흑인들의 LA 한인타운 공격을 직접 경험한 한인 1세와 간접 경험한 2세 간의 세대 차이를 조명한다.

이민 1세대가 가진 흑인에 대한 적개심, 같은 유색인종으로서 함께 연대하려는 이민 2세대의 가치관은 충돌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함께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엄소연 감독은 "저처럼 미국 LA에서 주류판매점을 운영하시는 부모님을 둔 교포 자녀들이 세대 차이, 그리고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