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홍콩의 오늘과 내일…다큐 '애프터 미투'·'시대혁명'
한국의 성평등 운동과 홍콩의 민주화 운동, 사회 변화를 이끈 움직임을 담은 다큐멘터리 두 편이 내달 잇따라 개봉한다.

'애프터 미투'는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처음으로 증언했던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2016년 '#○○○_내_성폭력' 운동, 2018년 미투 운동을 지나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비춘다.

감독 네 명이 만든 네 편의 짧은 다큐멘터리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겼다.

첫 번째 다큐멘터리 '여고괴담'은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에서 일어난 '스쿨 미투' 과정을 경험자들의 목소리로 그려냈다.

'그 선생님에게는 잘 보이지도, 못 보이지도 말라'는 이야기가 현실 속 공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연대하며 변화를 만들어간다.

'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성폭력 피해자가 됐던 1973년생 박정순 씨의 이야기다.

하루에 100번씩 공책에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는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방식으로 자신을 스스로 치유해오던 그는 두려움을 딛고 자신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다.

한국과 홍콩의 오늘과 내일…다큐 '애프터 미투'·'시대혁명'
'이후의 시간'은 미투 운동 당시 문화예술계에서 목소리를 냈던 송진희 작가, 남순아 감독, 배우 이산의 현재를 비춘다.

'그레이 섹스'는 젊은 여성들이 남성과의 성관계 경험에서 느꼈던 좀처럼 정의하기 어려운 불쾌감을 다뤄 미투 운동의 의미를 확장한다.

영화 전체에 한글 자막을 삽입하고, 피해자들의 과거 경험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흑백 사진이나 애니메이션 형태의 영상을 비춰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유가람 감독은 "미투 운동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체의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홍콩의 오늘과 내일…다큐 '애프터 미투'·'시대혁명'
2019년 6월 홍콩의 거리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민으로 가득 찼다.

해당 법이 반체제 인사 혹은 인권운동가의 중국 본토 송환에 악용될 수 있다고 여긴 이들은 '홍콩의 중국화'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시대혁명'은 2019년 6월부터 6개월 이상 이어졌던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 제목은 2019년 일어난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서 사용됐던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이란 구호에서 비롯됐다.

홍콩 시민들은 정부의 송환법 추진에 반발하며 시위를 시작하지만 이내 용무파(행동파)와 화이비(평화파)로 분열하고 만다.

하지만 정부가 송환법 폐지를 골자로 한 '5대 요구안'을 완강히 거부하자 이들은 다시 연합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맞서 싸운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최루탄 가스에 비명을 지르고, 경찰에게 맞아 피범벅이 된 채 끌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날의 현장과 고통을 생생히 전한다.

한국과 홍콩의 오늘과 내일…다큐 '애프터 미투'·'시대혁명'
'홍콩인'(Hongkonger)들은 폭력배와 힘을 합쳐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홍콩 경찰과 이를 묵인하는 정부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어느새 혁명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시위가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는 감옥에 갇혀있고, 누군가는 망명을 택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홍콩에 남아 민주화의 불씨를 지켜내고자 하는 이유다.

영화를 연출한 주관웨이 감독은 "이 격동의 시대에 홍콩시민들은 진정으로 많은 것을 포기했다.

나는 영화감독으로서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자유를 위한 저항을 기록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애프터 미투 = 내달 6일 개봉. 85분. 15세 관람가.

▲ 시대혁명 = 내달 13일 개봉. 152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