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태어나길 잘했어·엄마와 나
▲ 자신과 화해하는 일 '태어나길 잘했어' = 다한증으로 손발에 땀이 마를 날 없는 춘희(강진아 분)의 이야기다.

1990년대 후반, 중학생 춘희는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고 외삼촌 집 다락방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한다.

땀이 밴 발바닥 자국을 닦지 않았다고 타박을 듣고, 싱크대에 서서 혼자 라면을 먹고, 또래 사촌이 가는 수학여행도 못 가지만 춘희는 울지 않는다.

어른이 된 춘희는 외삼촌 가족이 아파트로 이사하고 홀로 오래된 집에 남았지만, 여전히 다락방을 떠나지 않는다.

집에서 마늘을 까서 번 돈을 모아 다한증 수술을 받으려 한다.

어느 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벼락을 맞은 춘희 앞에 어린 시절의 춘희가 불쑥 나타난다.

춘희는 어린 시절의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슬픔도 고통도 외로움도 감췄던 어린 춘희와 어른 춘희는 그제야 묵혀둔 감정을 털어내고 자신과 화해한다.

최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영화를 만들며 힘들었던 시절, 낮잠을 자다 벼락을 맞고 자아가 남자와 여자로 분리돼 사랑에 빠지는 꿈을 꿨던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이야기다.

최 감독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는 인물이 거울과 같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밖으로 나오는 성장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경험한 최 감독은 "사회적인 죽음을 처음으로 인지한 공포의 시기"였다며 "한 번쯤 그 이야기를 해야 저 역시 그 시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한 이후 서울독립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선보였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새영화] 태어나길 잘했어·엄마와 나
▲ 다큐멘터리 '엄마와 나' = 2살 때 미국으로 입양돼 45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아들(레인 포스터볼드·한국명 김일환)과 일흔이 넘은 친모(김숙년)가 재회했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아들과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노모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웃고, 서로를 부둥켜안고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엄마'란 말밖에 할 줄 모르는 40대 아들은 노모에게 여전히 헤어질 적 두 살배기 '아가'다.

밥을 먹는 것만 봐도 행복하다.

입에 계속 먹을 것을 넣어준다.

노모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아들이 엄마와 함께 살기로 하면서 전하지 못 하는 말과 감정도 쌓여간다.

암 환자인 노모는 아들이 쓰는 독한 샴푸 냄새와 담배 냄새가 고역이고, 엄마가 해준 생선 요리를 본 아들은 눈알이 있는 머리가 무섭지만 전하지 못한다.

아들이 생부마저 찾겠다고 나서는 게 노모는 탐탁지 않고, 아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에게 서운한 마음은 전화기 너머 통역사를 통해 걸러서 전해진다.

결국 아들은 어머니의 집을 나와 따로 살기로 한다.

아들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운전면허를 따는 동안 국민학교를 중퇴한 노모도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짧은 영어 문장을 하나씩 익혀간다.

노모는 아들을 키워준 양부모를 만나러 미국으로 향한다.

두 엄마는 아들을 떠나보낼 때 이야기, 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를 나눈다.

피를 나눈 사이지만 40여 년을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외국인인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시간과 언어의 벽을 허물어가는 이야기가 담백하게 담겼다.

시인이기도 한 연왕모 감독이 연출했다.

14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