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끊이지 않는 보수성 탈피 움직임…넷플릭스 등 OTT엔 여전히 빗장
틱톡영화제 신설·여성 조직위원장…'보수' 칸영화제 변화 바람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틱톡 단편영화제를 신설하고 신임 조직위원장으로 여성을 선출하는 등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동안 세계 3대 영화제(베네치아·베를린)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던 칸영화제가 보수성을 탈피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영화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1946년부터 매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열리는 칸영화제는 위상이나 인지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수상작뿐만 아니라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들도 다른 영화제와 영화 관계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나 경쟁 부문에 SF, 판타지 등을 초청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영화제 입장 시에도 엄격한 규칙을 고집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작품의 경우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영화 관람 환경의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틱톡영화제 신설·여성 조직위원장…'보수' 칸영화제 변화 바람
이런 지적을 인식한 듯 칸영화제는 다음 달 17일 제75회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영화제 공식 파트너로 선정한 게 대표적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칸영화제는 최근 틱톡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틱톡 이용자들이 영화제 백스테이지 독점 콘텐츠, 레드카펫, 인터뷰 등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틱톡에 게재된 30초∼3분짜리 콘텐츠를 심사해 작품상, 각본상, 편집상 등을 주는 '틱톡 단편영화제' 또한 신설했다.

심사는 캄보디아 출신 감독 리티 판 등 영화인들이 맡는다.

비록 주요 부문에 해당하는 상은 아니지만, 그간 영화에 대한 규정을 엄격히 고집해 온 칸영화제 행보를 고려하면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틱톡과의 협업은 관중을 다양화하려는 욕구의 일환"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넓고 글로벌하며 더 많은 영화 관객과 축제의 마법을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칸영화제 역사상 최초로 여성을 신임 조직위원장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이리스 크노블로흐 전 워너미디어 프랑스 최고경영자(CEO)로 임기는 오는 7월부터다.

틱톡영화제 신설·여성 조직위원장…'보수' 칸영화제 변화 바람
하지만 최대 쟁점인 넷플릭스 등 OTT 작품의 경쟁 부문 출품과 관련해서는 올해에도 변한 게 없다.

OTT 작품이 칸영화제에 진출하기 어려운 까닭은 경쟁 부문에 출품하는 영화는 반드시 프랑스에서 극장 개봉을 해야 한다는 칸영화제의 규칙과 프랑스에서 정해 놓은 '홀드백' 기간 때문이다.

홀드백 기간은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가 다른 플랫폼에서 서비스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프랑스는 15개월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긴 편이다.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하거나 극장에서 2∼3주만 상영한 뒤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넷플릭스로서는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규정이다.

극장 개봉 없이 곧바로 스트리밍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 규정으로 인해 메릴린 먼로 전기를 담은 앤드루 도미니크 감독의 '블론드'(Blonde)를 포함한 자사 오리지널 영화를 올해 칸영화제에도 출품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 부문을 포함한 제75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은 오는 14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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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코로나19 이후 OTT가 급부상하고 작품 퀄리티도 높아진 만큼 일각에서는 프랑스 영화계와 칸영화제가 OTT에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주요 영화제나 관련 시상식의 최근 동향을 보면 칸의 보수성이 더 두드러진다.

앞서 베네치아영화제의 경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로마'(2018)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겼고, 미국 아카데미는 션 헤이더 감독의 애플TV+ 영화 '코다'에 작품상을 수여하는 등 OTT 작품에 잇따라 문을 열었다.

영국 아카데미는 제인 캠피온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에 작품상 및 감독상을 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