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성향·非백인 아티스트에 유난히 각박…BTS 자신도 투표 가능
최고 스타도 줄줄이 좌절시킨 그래미…BTS도 본상 후보 못뚫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오른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는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시상식이다.

그래미 어워즈는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 단체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매년 개최한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1974년 시작)나 '빌보드 뮤직 어워즈'(Billboard Music Awards·1990년 시작)보다 역사가 훨씬 길다.

이 때문에 이들을 아우르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고, 그만큼 수상도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미 어워즈의 가장 큰 특징은 차트 성적이나 음반 판매량 등 상업적 성과보다는 음악성과 작품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대중 투표 방식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차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는 차이가 크다.

그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도 평단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 '무관'으로 끝나는 경우도 수두룩한 '비정한' 시상식이 바로 그래미 어워즈다.

그래미 어워즈는 올해 총 86개 부문을 시상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신인상' 등이 4대 본상으로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로 불린다.

이 외에도 팝, 록, 컨트리, 랩, 댄스, 클래식 등 음악 장르별 세부 부문이 있고 작·편곡, 앨범 패키지, 프로듀싱 등 기술적 부문도 시상한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지만, 당초 기대를 모았던 '제너럴 필즈' 후보 진입에는 실패해 그래미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그래미 어워즈 후보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중 투표권이 있는 회원 1만 1천여 명의 투표로 선정한다.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도 각각 투표 회원과 전문가 회원 자격으로 투표할 수 있다.

후보 지명 후에는 수상자를 결정하는 최종 투표가 진행된다.

해당 부문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가 수상하게 되며 득표수가 같을 경우 공동으로 수상한다.

수상자는 축음기를 형상화한 트로피 '그라모폰'(Gramophone)을 받는다.

그래미 어워즈는 그동안 폐쇄적·보수적·배타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백인 남성이 아닌 비(非) 백인과 여성 아티스트에게 유독 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대부분이 미국 주류 음악계의 전통적 집단으로 구성된 탓에 '새로운 선택'에 인색하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실제 회원 가운데 아시아 지역 출신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당대 최고의 팝 디바로 꼽히는 비욘세의 '레모네이드'가 영국 출신 백인 가수 아델에게 밀려 수상하지 못하자, 미국 네티즌들은 온라인에 '너무 하얀 그래미상'(GRAMMYsSOWHITE)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리며 그래미를 비판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지난 시상식에서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더 위켄드가 단 1개 부문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외면을 받자 보이콧을 선언한 것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래미 어워즈는 과거 후보 선정 과정에서 후보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했지만, 논란이 끊이질 않자 올해 비밀 위원회를 없애고 회원 전체 투표로 후보를 지명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꿨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그래미 어워즈 후보선정위원회를 없애고 전체 회원들의 투표로 진행하기로 한 것은 '체육관 선거'에서 '직선제'로 바뀐 것과 같은 느낌"이라며 "과거보다 보수적인 색채가 옅어지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고 짚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1차 투표를 했다.

이날 발표된 후보를 대상으로 다음 달 6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최종 투표를 진행한다.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은 내년 1월 31일, 한국 시각으로는 2월 1일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