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K팝 콘서트' 열려…'팬데믹 데뷔' 에스파 "팬들 처음 만나"
백신 접종 완료 못한 10대들 PCR 음성 확인서…"가수와 한 공간 신기해"
3천명 대면 공연 물꼬…함성 대신 물개박수 "따라부르면 안돼요"

"저희는 오늘 팬들을 처음 뵙는 자리에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에스파 카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요계를 할퀸 지 약 2년 만에 K팝 스타들이 약 3천 관객 앞에 서는 자리가 14일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2021 월드 K팝 콘서트'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열린 3천 명 규모의 대면 콘서트다.

문체부와 진흥원 등은 '위드 코로나' 방안 등을 고려해 당초 2천 명 규모로 공연을 준비했다가, 논의 끝에 당초 계획보다 1천 명 더 늘린 3천 명으로 규모를 확정했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2천 명을 웃도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공연장에서는 팬데믹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관객들은 입장에 앞서 '방역확인처' 앞에서 마스크를 쓴 채 긴 줄을 기다려야 했다.

진행요원에게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앱 화면이나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보여주고 나서야 티켓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관객들은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했고, 거리두기로 두 자리당 한 자리씩 띄어 앉았다.

공연 도중 함성과 떼창은 금지됐고, 팬덤의 상징인 응원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공연은 댄스 크루팀의 퍼포먼스에 이어 '역주행 아이콘'인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무대로 포문을 열었다.

이 밖에 그룹 NCT 드림을 비롯해 샤이니 키·펜타곤, 걸그룹 있지, 래퍼 사이먼 도미닉·로꼬 등이 무대에 올랐다.

미국 팝스타 켈라니는 화상으로 한국 팬들을 만났다.

있지의 리아는 "코로나19 이후 주로 온라인으로만 소통했는데, 직접 팬들을 만나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천명 대면 공연 물꼬…함성 대신 물개박수 "따라부르면 안돼요"

특히 지난해 11월 데뷔해 '블랙 맘바'(Black Mamba), '넥스트 레벨'(Next Level), '새비지'(Savage) 등 3연타 히트를 기록한 신인 에스파는 자신들의 단독 콘서트가 아님에도 이날 무대가 무척이나 뜻깊어 보였다.

팬데믹 와중에 데뷔한 이들은 약 1년 만에 처음으로 팬들을 대면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든 행사는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그들이 1위 트로피를 거머쥔 음악방송도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에스파는 "앞에 사람이 있으니 너무 신기하다"며 "이렇게 관객이 있는 건 처음이다.

드디어 우리가 서로 만났다"라고 말했다.

관객들은 코로나19 이전처럼 방방 뛰거나 함성을 지르지는 못했지만, 얼굴을 가린 마스크가 이들의 흡족한 눈웃음마저 가릴 수는 없었다.

관객들은 말없이 손을 들어 흔들기도 하고, 환호 대신 열렬한 '물개박수'로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조용히 두 팔을 들어 하트 모양을 만드는 이도 있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코로나19 시대 신풍속도인 셈이다.

래퍼 로꼬는 예전 같았으면 떼창을 유도했을 '오∼예'하는 가사 부분을 홀로 부르면서 멋쩍은 표정을 짓고, 호응을 유도하다가도 "따라 하시면 안 돼요"라며 곤란한 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3천명 대면 공연 물꼬…함성 대신 물개박수 "따라부르면 안돼요"

강원도 철원에 사는 에스파 팬 이정준(19) 군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이들의 공연을 직접 보고자 오전 9시30분 일찍이 집을 나섰다.

이씨는 "에스파의 두 번째 노래 '넥스트 레벨'부터 좋아하게 됐는데, 유튜브로만 공연을 보다가 실제로 제 앞에서 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신기하다"며 "오늘 처음 에스파를 봐서 너무 좋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서 근처에서 1박을 하고 내일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는 미국인 니콜 존슨(43) 씨는 특정 가수를 만나려 하기 보다 K팝 자체가 좋아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방탄소년단과 비에이피 등의 공연을 본 적 있는 그에겐 이번이 팬데믹 이후 약 2년 만의 오프라인 관람이다.

존슨 씨는 "음악은 언어와 인종의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며 "제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해도 이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감정을 표현하면 그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온 신지이(17) 양은 이날 NCT 드림을 보기 위해 사흘 전 PCR 검사를 받았다.

백신을 아직 1차만 접종했기 때문이다.

신양은 "사람 많은 곳에서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니 TV나 온라인과 달리 현장감이 커 같은 공간에서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오랜만에 이들의 얼굴을 보니 너무 좋고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런 박수 소리가 그리웠어요.

함성은 들리지 않지만 여러분 속으로 외치고 계시죠? 이렇게 여러분을 뵐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사이먼 도미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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