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대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가 사랑하는 이들과 세상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다.

'6대 본드' 크레이그의 작별인사…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29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역대 최장 기간 제임스 본드 역을 연기한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 은퇴작이다.

크레이그는 살인 면허를 받기 전 시점에서 출발하는 '카지노 로얄'(2006)부터 '퀀텀 오브 솔러스'(2008), '스카이폴'(2012), '스펙터'(2015)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구축해온 자신만의 서사와 액션을 응축해 보여준다.

영화는 M16을 떠난 본드가 전편 '스펙터'에서 연인이 된 스완(레아 세두)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느닷없는 폭탄 공격으로 위기에 처하고, 무장한 적들에게 쫓기며 본격적인 액션에 시동을 건다.

인트로에 해당하는 이탈리아 남부 마테라의 미로 같은 길에서 펼치는 속도감 높은 자동차 추격 장면은 007의 심장이기도 한 '본드카' 애스턴마틴 DB5의 방탄유리, 기관총 변환 등의 기능을 한껏 자랑하며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6대 본드' 크레이그의 작별인사…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모든 정황이 스완을 의심할 수밖에 상황. 본드는 스완을 기차에 태워 보내며 작별을 고하고, 영화는 5년 뒤의 시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천연두, 에볼라 등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연구소가 공격을 받게 되고, 스파이 생활을 청산한 본드에게 M16과 CIA가 도움을 청해온다.

본드는 쿠바에서 DNA를 이용해 대상을 표적화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화학무기를 직접 경험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려는 악당 사핀(라미 말렉)을 막기 위한 임무에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스완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 자신의 파란 눈을 닮은 아이도 만나게 된다.

역대 007 가운데 키는 가장 작지만, 가장 뛰어난 액션을 소화했다는 평을 받는 크레이그는 이번 편에서 그동안 쌓아온 노련한 액션을 선보인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거침없이 몰고, 떼거리로 몰려오는 적들에게 총을 난사한다.

뒤쫓던 차들이 나뒹굴고, 총소리 뒤에 적들은 종이 인형처럼 쓰러지는 시퀀스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화려한 볼거리를 확실하게 제공한다.

'6대 본드' 크레이그의 작별인사…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크레이그는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했던 앞선 007의 이미지를 영원한 사랑인 베스퍼(에바 그린)와 새로운 사랑인 스완을 통해 사랑꾼으로 변모시키기도 했는데, 이번 편에는 이런 그의 로맨스 기질도 잘 담겨있다.

또 함께했던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그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속정이 깊은 사람이란 점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전작 '스펙터'에서부터 주인을 잃은 007 코드명은 새로운 인물인 흑인 여성 노미(라샤나 린치)가 가져갔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서 제임스 본드를 대변하는 이름과 같았던 MI6의 정보원 에이스 번호 '007'이 시리즈 사상 최초로 여성이자 흑인에게 돌아간 건 주목되는 문화적 변화다.

다만 크레이그의 작별 인사에 방점이 찍혀있는 작품이다 보니 본드와 대적하는 악당 사핀의 존재감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은 있다.

상영시간 163분. 12세 이상 관람가.

'6대 본드' 크레이그의 작별인사…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