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요식업계 신음…배달 '갑질' 문제도 다뤄볼 것"
백종원 "방송 출연, 한식 세계화 위한 데이터베이스"
"방송 출연이라기보다는, 한식 문화와 관련해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들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프레젠터로 나서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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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손쉬운 한식 레시피를 알려주는 KBS 2TV '백종원 클라쓰', 글로벌 푸드의 인기 비결을 짚어보는 JTBC '백종원의 국민음식', 국내 제철 식자재를 찾아 떠난 티빙 '백종원의 사계', 한국 전통주를 조명하는 넷플릭스 토크쇼 '백스피릿', 그리고 기존에 출연 중인 SBS TV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맛남의 광장'까지.
최근 서초구 반포동 사무실에서 만난 백종원(54) 더본코리아 대표는 최근 부쩍 잦아진 듯한 방송 출연에 대해 "미리 찍어둔 게 많은데 공교롭게 론칭 시기가 겹쳤다"고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백 대표는 "지상파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든 한식에 관련한 콘텐츠가 당분간 많을 텐데, 콘텐츠 시청에는 국경이 없으니 외국에 한식을 알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출연하게 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콘텐츠들마다 나름의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특히 예능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은 교양적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에 의미를 부여했다.

"'백스피릿'은 전통주를 알려보자는 생각으로 기획됐는데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서는 노하우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외국을 대표하는 와인부터 맥주, 위스키까지 먼저 조명해보면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이런 포맷이 됐어요.

전 전통주 시장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집에서 술을 담가 먹던 가양주 문화가 사라지고 희석식 소주가 국가 대표 격이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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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표는 KBS와 처음 손잡아 주목받은 '백종원 클라쓰'에 대해서는 "이상운 제작1본부장, 심하원 CP와 2년간 기획한, 공영방송에 잘 맞는 콘텐츠"라며 "한식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되 현지인이 납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식비 지출의 범위 안에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특히 잡채면 잡채, 떡볶이면 떡볶이처럼 한식의 명칭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백종원 "방송 출연, 한식 세계화 위한 데이터베이스"
오랜 기간 진행 중인 '골목식당'의 새로운 도전도 예고했다.

"솔루션이 도심에만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지역으로 가보려고요.

처음 취지는 도심 속 낙후된 골목상권에 도움을 주자는 좋은 뜻이었지만 결국 빈익빈 부익부라고, 도시는 재생의 기회가 있어도 지역은 그럴 기회조차 없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지역마다 충분한 식자재와 스토리텔링 요소가 있거든요.

잘만 만들면 관광객을 부를 수도 있고요.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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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표는 "골목을 만들 기회조차 없는 곳에 젊은 피들을 수혈해서 먹을거리를 만들어놓고 한 달 이상 그 지역을 방송에서 다루면 '기회'가 생길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2년가량 기획했다.

첫 솔루션 지역은 제주도다.

관광지가 아닌 낙후돼 외면받던 지역이 대상이다.

관광객이 이미 있고, 주변에 이미 관광지도 있으니 좋은 실험지다.

백 대표는 "제주 편이 성공하면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초반 '골목식당'에 참여한 이유로 '요식업계에 대한 인식 개선'을 들어왔다.

효과를 본 것 같으냐는 물음에 그는 "일단 업주도 소비자도 서로를 이해하게 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업주는 위생 등에 대한 관념이 확실히 개선됐고, 소비자는 업주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많은 자영업자가 고통받는 상황이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점주들도 영업 정상화가 계속 지연되면서 신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 힘들어하죠. 하지만 우리만 힘든 게 아니기 때문에 버티는 마음일 거예요.

국가가 안정돼야 하니까 참는 건데, 생존이 걸렸으니…. 점주들뿐만 아니라 '맛남의 광장'을 통해 만나는 농어민분들도 정말 도움이 필요해요.

이 프로그램은 상황상 조금 쉬었다 가고 싶어도 그분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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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음식을 배달해 먹는 경우가 늘면서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와 일부 손님의 이른바 '갑질' 문제 등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이에 대해 백 대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나 손님들만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보면 점주들은 정말 힘들다.

배달비는 배달비대로 쓰고, '별점 테러' 같은 것 때문에도 난리"라며 "'골목식당'에서 이 문제도 한 번 다뤄보려 한다.

배달 앱 업체들이 협업할지는 모르겠지만, 체험 포맷으로 현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백종원 "방송 출연, 한식 세계화 위한 데이터베이스"
본업과 방송 출연 외에 개인 유튜브와 한식 홍보대사 노릇을 하는 외국인 크리에이터들 매니지먼트까지 백 대표는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우 소유진과의 사이에서 삼 남매를 얻은 다둥이 아빠이기도 하다.

"모든 걸 수익성 때문에 하는 건 아녜요.

국내 외식 문화를 개선하고, 한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쌓는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죠. 방탄소년단과의 컬래버레이션도 마찬가지 의도였어요.

착한 척 기부하다 보니 실제로 착한 일도 하게 되듯이, 요식업계와 나라에 도움이 되는 척하다 보니 실제로 도움이 되려고 투자도 많이 하게 됩니다.

(웃음)"
4년 전 첫 만남에서 요식업계 인식 개선을 외쳤던 그는 최근 '한식 세계화'에 꽂힌 듯했다.

그는 "너무 높은 목표를 정해놓기보다는 늘 내가 지금 하는 것에서 한 발짝 앞으로 설정한다.

그럼 할 수 있고, 일하면서도 신난다"며 "'방향성'을 정해놓고 목표는 유연하게 움직인다"고 인생철학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