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배우 "호기심과 칭찬에 마음 여는 아이들…주변의 관심 필요"

12살 소녀로 설정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짜 계정에 성적인 목적으로 접근해온 성인 남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난 3일 개봉한 체코 다큐멘터리 '#위왓치유'는 성인 배우 3명을 소녀로 위장시켜 성범죄자들을 추적하는 과감한 실험을 감행한 작품으로 온라인에 확산한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린다.

'#위왓치유' 감독 "온라인서 교묘하게 접근하는 성범죄자 추적"
최근 서면 인터뷰로 만난 비트 클루삭 감독과 제작자 필립 레문다, 출연 배우 테레자 테슈카만은 촬영을 하며 너무나 쉽게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오는 성범죄자들의 방식과 그 숫자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다큐멘터리는 처음 10∼20대 대상의 교육용 영상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가짜 계정을 만들어 채팅에 참여하는 실험을 했는데 많은 남성이 접근해오는 것을 보고 '#위왓치유'를 제작하게 됐다.

클루삭 감독은 실험 형식의 연출 방식에 대해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을 진행했다면, 이토록 생생한 현장감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성인 남성들이 스카이프,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에 어떻게 교묘히 아이들에게 접근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는지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필립은 "실험적인 방법으로 촬영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라는 것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저 학술적인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길 원했다"며 "영화는 저널리즘이나 심층취재가 아니다.

좋은 영화는 '상황의 구성'이다.

맨 처음부터 리얼리티를 마주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위왓치유' 감독 "온라인서 교묘하게 접근하는 성범죄자 추적"
10일의 촬영기간 3명의 배우에게 접촉한 남성은 2천458명에 달했다.

이들은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알면서도 나체사진을 요구하고,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과 협박 등을 가했다.

촬영장에 머물며 이 과정을 지켜본 필립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속도였다.

모든 과정이 너무 빠르게 이뤄졌다"며 "프로필 사진을 올리자마자 가해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접근했고, 하드코어 음란물이 퍼지는 속도도 상상 초월이었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패턴이 있는데 그들은 종종 협박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어요.

'너 예쁘다', '조금 더 너의 삶을 이야기해봐', '사진 보내봐'라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나서는 협박을 시작하죠. '네 사진을 엄마에게 보낼 거야', '학교에 뿌릴 거야' 이렇게 말해요.

아이들의 심리적인 상황을 이용하고 협박하죠. 이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잘 끌어내요.

"
성범죄를 다루는 만큼 윤리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20세 이상의 여성 배우를 캐스팅했고, 심리상담가가 촬영장에 상주했다.

배우들에게는 상대방과 대화 시 먼저 도발하거나 자극하지 않도록 행동 강령을 숙지시켰다.

출연 배우 중 한 명인 테레자는 실제 12살 때 낯선 남자가 SNS를 통해 접근해온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촬영 때 전문 누드모델의 몸과 합성해 만든 사진을 가해자에게 보냈는데, 그 사진으로 협박을 당할 때 자신의 몸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

심지어 그를 '매춘부'라고 부르며 사진을 이베이에 올려서 파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위왓치유' 감독 "온라인서 교묘하게 접근하는 성범죄자 추적"
테레자는 "12살 때를 떠올려 보면 부모님 몰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 어른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에 노출되는) 아이들도 '예쁘다'는 칭찬과 함께 접근해오는 성인 남성에게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것 같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많은 사람이 이미 경험했지만,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다.

사회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은 아이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안전한 상황 속에 있는지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며 "SNS는 절대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끊임없이 아이들과 소통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에게도 조언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클루삭 감독은 "아이들을 성적으로 조종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며 "누군가를 힘으로 꽉 쥔다면 손이나 신체로 인한 압력으로 멍이 남는 것처럼 상처가 되는 말이나 나쁜 말들을 통해서는 정신에 멍이 든다.

이것은 몸에 드는 멍보다 훨씬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