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에서 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여정…곽민승 감독 연출

마스크를 쓴 주인공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바뀐 세상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가 나왔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 쓴 주인공…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말아'
오는 8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JIFF) 코리안시네마 상영작 '말아'에 나오는 배우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그동안 TV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잠깐씩 마스크를 쓰거나, 발열 체크를 하는 장면이 잠깐씩 나온 적은 있었지만, 다큐멘터리가 아닌 장편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나19 상황을 녹여낸 경우는 많지 않았다.

곽민승 감독은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된 직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작품에 반영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곽 감독은 "지난해 코로나가 퍼지면서 우리는 항상 마스크를 쓴 친숙한 세상에 살고 있는데 왜 드라마, 영화는 이전 세상이 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화를 리얼리티하게(현실감 있게)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코로나 시대에 대해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화는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마스크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줌바 댄스를 추는 장면부터, 말소리가 잘 안 들리냐며 마스크를 턱으로 내리는 장면까지 마스크는 이 영화의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소품이다.

코로나19로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해서 답답하다는 이야기나, 코로나19로 손님이 없다는 자영업자의 한탄이나 확진자가 가게에 들러 당분간 문을 닫게 된다는 언급도 나온다.

위기의 돌파구가 되는 마지막 장면도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 쓴 주인공…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말아'
영화는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집에 틀어박혀 사는 스물다섯 살 주리(심달기)가 아픈 할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떠난 엄마(정은경)의 김밥집을 며칠간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리는 김밥집에서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아침마다 찾아오지만 단무지를 먹지 못하는 청년부터 주리가 가게를 잘 보고 있는지 신경 써주는 빵집 이모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의도치 않게 선행을 베풀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하다.

등장인물들의 서툴고 투박하지만 따뜻하고 세심한 마음에 미소 짓게 된다.

일주일째 엄마의 문자에 답하지 않던 주리가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게 되고,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녀의 모습은 뭉클하다.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2회차 상영을 남겨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