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 인사이트' 29일 밤 10시 방송
작가·감독·배우 11명이 말하는 '신선한 자극' 윤여정
KBS가 질긴 생명력으로 55년간 여배우로 버텨온 윤여정의 발자취를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KBS 1TV '다큐 인사이트'는 오는 29일 방송에서 한예리와 김고은, 노희경 작가 등 동료 배우, 작가, 감독, 제작자 11명의 목소리로 써 내려간 '다큐멘터리 윤여정'을 선보인다고 23일 예고했다.

영화 '화녀'의 제작자 정진우는 윤여정이 '자기주장을 다 하는 여주인공에 제격'이었다고 말한다.

드라마 '장희빈'부터 영화 '장수상회'까지 오랜 시간 그와 호흡을 맞춘 배우 박근형의 눈엔 '별난 여배우'였고, 수많은 드라마에서 가족으로 함께했던 강부자에게는 '일 저지를 줄 알았던 앞서가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그는 창작자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었다.

노희경 작가에게는 '사유하는 엄마'로, 심재명 제작자에게는 '실험적 역할의 대상'으로, 김초희 감독에게는 '꼭 필요한 친구'로 남았다.

윤여정을 아카데미 시상식으로까지 부른 영화 '미나리'의 후배 한예리는 그를 이정표 삼아 걷는다며 "아침에 일어나 사과 반쪽에 커피 한잔을 드시던 인간적인 면들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고 한다.

'계춘할망'에서 호흡을 맞춘 김고은도 "선생님은 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내용을 말씀하시는데 희한하게도 그 시간을 갖고 나면 기운이 난다"고 했다.

1966년 TBC 공채 탤런트 3기로 데뷔해 2021년 '미나리'로 주목받기까지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는 36편, 드라마는 100여 편에 달한다.

제작진은 번 세기 넘게 쌓인 5천600여 회, 4천여 시간의 아카이브를 탈탈 털었다.

드라마 속에서도 윤여정은 디자이너, 의사 등 지적이고 당당한 여성을 연기했지만 중년에 접어들면서는 억척스러운 엄마,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악덕한 시어머니 등 전형적인 역할을 피할 순 없었다.

윤여정 역시 1994년 K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돌아와 연기를 시작하고서는 작품을 골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다시 시작해야 했을 때는 취미생활을 떠나 생계로서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고를 입장이 못 됐다"고 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그를 주인공 옆 조연인 엄마, 할머니라는 이름에 가뒀던 '방송사 사람들'의 조금 늦은, 처절한 자기반성도 들어볼 수 있다.

29일 밤 10시 방송.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