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들 제작 진행 '빨간불'…역사 고증 강화 방안 몰두
역사 왜곡과 중국풍 설정 논란, 드라마 시장을 집어삼키다
역사 왜곡과 중국풍 설정에서 비롯한 SBS TV 드라마 '조선구마사' 폐지 사태가 드라마 시장 전체에 경종을 울렸다.

한결 높아진 시청자 눈높이와 민감해진 감수성, 그리고 변화무쌍한 동북아 외교 관계 속에서 특히 시대극 제작은 제작사와 방송사의 철저한 자기 검열 없이는 불가능해졌다.

특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층 강해진 시청자 파워가 광고주의 제작 지원 철회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조선구마사'의 경우 방송 후에야 논란이 불거졌지만 되짚어보면 이미 잠재적인 위험이 있었다.

크리처 장르로 제작하면서 조선 태종기라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가져온 것부터 리스크는 존재했다.

'조선구마사'가 폐지된 배경에는 시청자 반중 정서 외에도 역사 왜곡 부분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태종 시대 주요 인물 설정과 복식 등에 픽션이 가미되면서 시비가 일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전주 이씨 종친회가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판타지에 실제 역사를 가미하면 시청자에게 몰입감은 주지만, 동시에 위험도 크다는 것은 '조선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의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철인왕후'도 흥행한 덕분에 가려졌을 뿐, 조선 철종기를 배경으로 했다가 작품에 등장한 안동 김씨, 풍양 조씨 종친회가 항의해 제작진이 가상 성씨로 수정한 사례가 있다.

중국 웹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것도 문제가 됐다.

'조선구마사'를 '철인왕후'의 박 작가가 집필하고, 제작사 역시 '철인왕후'와 겹치는 YG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라 역사 왜곡이 또 한 번 발생할 가능성은 예견된 것이었다.

'조선구마사' 폐지 사태에 '철인왕후' 역시 역사 왜곡 논란이 다시 일면서 다시 보기를 전면 중단하고 주연 배우들도 다시 비판받는 등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JTBC '설강화' 등은 방송하기도 전부터 공개된 시놉시스만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는 등 시대극 시장 전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역사 왜곡과 중국풍 설정 논란, 드라마 시장을 집어삼키다
'설강화'의 경우 역사 왜곡은 없다고 못 박으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지만, 준비 중인 시대극 중에는 제작과 고증을 숙고 중인 경우도 적지 않다.

tvN에서 하반기에 선보일 드라마 '잠중록'은 중국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해 가장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28일 "중국 원작을 사서 콘셉트만 차용하고 내용은 완전히 바뀔 것임에도 진행 자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 대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 아이치이가 제작에 참여한 tvN '간 떨어지는 동거', 한·중 군주가 연적이 되는 드라마 '해시의 신루' 역시 제작 배경과 설정만으로도 눈총을 받고 있다.

이렇듯 역사 고증이 중요해지면서 홍자매가 준비 중인 '환혼' 등 완전한 판타지 사극 역시 긴장하고 있다.

판타지극이라 할지라도 설정과 복식 등에서 실제 역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의도와 별개로 시청자가 실제 역사적 배경을 떠올리기 시작하면 '끝'이라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사극을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위축되기는 하겠지만,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이상 결국 철저한 고증만이 답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내부에서 시사하는 것과 외부 자문위원이 의견을 주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기존에 1명으로부터 자문했다면 앞으로는 10명을 선정하는 등 내·외부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고 그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