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세계관 속 전개방식·연출·연기는 엇박자
주춤한 '김은숙 월드'…이민호의 '더 킹' 8.1% 퇴장
백전백승 스타작가 김은숙이 처음으로 고배를 마셨다.

도깨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도깨비', 의병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 등 호평에 힘입어 더욱 방대한 '평행세계'를 들고나왔지만, 전개 방식도 연출도 연기도 그만큼의 스케일을 제대로 구현하진 못했다.

13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방송한 SBS TV 금토극 '더 킹: 영원의 군주' 최종회 시청률은 5.8%-8.1%를 기록했다.

첫 방송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직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줄곧 반등하지 못했다.

마지막 회에서는 황제 이곤(이민호 분)이 과거의 자신을 구하고 이림(이정진)을 처단하며 평행세계의 균형을 되찾고, 정태을(김고은)과의 사랑도 지키는 모습이 그려졌다.

◇ 시청자 설득하지 못한 평행세계와 겉돈 로맨스
'더 킹'은 김 작가가 풀어내고 싶은 부분과 시청자들이 김 작가와 주연 배우들에게 바라는 부분 간에 간극이 컸다.

김 작가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최근 점점 더 자신만의 세계관에 무게감을 더하는 과정으로, 이번에 드라마에서는 화면에 구현하기 어려운 평행세계를 소재로 과감하게 선택했다.

내가 다른 세계에도 존재하고, 그 세계의 나를 죽이면 새로운 세계에서 더 잘 살 수 있다는 가정하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무거운 메시지를 드라마에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시청자 관심은 이야기 소재와 배경보다 남녀 주인공인 한류스타 이민호와 김고은에게 쏠렸고, 김 작가가 그려낼 두 스타의 로맨스를 궁금해했다.

김 작가는 초반부터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을 오가는 사람들의 운명적인 사투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고 시청자 기대에 맞게 적절한 시기 로맨스도 가동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대한 세계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로맨스를 주입 당하면서 거부감이 발생했다.

중후반부부터는 다시 평행세계를 둘러싼 인물들의 싸움에 주력하면서 작품 본연의 메시지와 색깔이 선명해졌지만 이미 시청자들은 상당수 떠난 뒤였다.

또 '상속자들' 등 전작들만 연상시키는 이민호의 캐릭터와 '도깨비'에서 만큼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김고은의 캐릭터는 끝끝내 융화되지 못하며 미완의 로맨스로 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더 킹'의 경우 김 작가의 의욕이 컸다.

평행세계는 연출 등을 통해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았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이라며 "또 김 작가가 해온 로맨스극이 이 시대 정서에 맞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아닌 다른 것들"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백마 타고 온 왕자' 등의 구상은 구시대적이어서 시청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고, 주연배우의 연기도 과거 작품을 답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랑을 받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주춤한 '김은숙 월드'…이민호의 '더 킹' 8.1% 퇴장
◇ 극본 포장해주지 못한 연출과 과한 PPL
극본 속 글이 표현하지 못한 세계관을 채우는 것은 연출의 역할이다.

하지만 '더 킹'은 연출도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을 함께 담아낸 광화문광장의 야경 포스터는 '도깨비'나 '미스터 션샤인'급 화면 연출을 기대하게 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엉성한 부분이 많았다.

석상으로 구현된 차원의 문, 남녀 주인공이 함께 백마를 타고 세계를 건너뛰는 장면, 바람도 무엇도 없는 1과 0 사이의 공간 등은 '더 킹'의 핵심 메시지와 대표적인 이미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도깨비' 속 메밀꽃밭이나 바닷가, '미스터 션샤인'의 글로리 호텔 등 화면만으로도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을 꼽기도 어렵다.

스토리상 남녀 주인공 외에 주연급 조연들이 매력을 발산할 여지도 많았지만 우도환 정도를 제외하면 연출이 그런 부분을 살려주지 못했다.

김 작가가 전작들에서 줄곧 좋은 호흡을 맞춰온 이응복 PD와 떨어져 독자노선을 선택한 게 작품 완성도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드라마 흐름을 끊일 만큼 과도한 간접광고(PPL) 문제도 논란이 됐다.

치킨, 홍삼과 김치 등 식품류부터 LED 마스크 등 화장미용류까지 시도 때도 없이 주연배우가 광고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김 작가의 전작들에서 화제가 됐던 재치 있는 PPL들과도 확연하게 대비되는 부분이었다.

정 평론가는 "대본의 문제도 있었지만, 연출적 문제도 있다.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효과적이지 못했다"며 "시대에 맞지 않는 코드들에 더해 연출 문제와 과도한 PPL까지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더 킹' 후속으로는 지창욱-김유정 주연의 '편의점 샛별이'를 방송한다.

/연합뉴스